단짝 포수 "현진, 정통파인지 기교파인지 타자들 헷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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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포수 A J 엘리스(왼쪽)는 “타자 입장에서는 정통파도 기교파도 아닌 류현진의 볼에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류현진을 극찬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류현진이 LA 에인절스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뒤 엘리스와 기쁨을 나누는 모습. [신현식 LA중앙일보 기자]

한국에서는 포수에게 ‘안방마님’이라는 표현을 쓴다. 투수가 좋은 투구를 하기 위해서는 포수의 내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거 류현진(26·LA 다저스)에게는 든든한 안방마님이 있다. 다저스의 주전 포수 A J 엘리스(32)다.

 엘리스는 서른 살이 넘어서 빛을 본 대기만성형 선수다. 2003년 다저스에 입단한 그는 2011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543경기를 뛰는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87경기를 뛴 게 전부였다. 그러나 지난해 타율 0.270·13홈런·52타점을 기록, 단숨에 다저스 주전 포수로 떠올랐다.

 사실 엘리스의 강점은 수비에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포수 중 수비율 4위(0.995), 도루저지율 5위(0.327)에 오를 정도로 강한 어깨와 뛰어난 블로킹 능력을 자랑한다. 다른 팀 선수들의 비디오를 자주 보며 연구하는 노력파다.

 엘리스는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스윙 연습을 하다 왼쪽 옆구리를 다쳐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 류현진의 불펜투구를 받아주는 등 팀 훈련에는 참여하고 있다. 엘리스는 8일 애틀랜타전에 앞서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경기에 뛰지 않으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하루빨리 복귀해 류현진의 공을 받고 싶다”며 웃었다.

 -메이저리그 신인인 류현진에 대해 불안한 느낌은 없는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신인이란 느낌을 가질 수 없을 만큼 위기상황에서도 침착하며 안정적으로 투구한다. 늘 무표정하게 강한 공을 던지며 컨트롤도 뛰어나 실투가 적다. 정신력이 강인하고 마운드에서 타자들을 압도하는 선수다.”

류현진·배상문 서로 ‘장비’ 선물 프로골프 PGA 투어 HP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우승자 배상문(오른쪽)과 류현진이 8일 서로에게 드라이버와 배트를 선물했다. [신현식 LA중앙일보 기자]

 -류현진은 경기마다 주로 쓰는 변화구가 다르다. “경기 전 피칭을 통해 잘 듣는 변화구를 고른다”고 말하는데 포수의 입장은 어떤가.

 “등판을 앞두고 자주 대화를 나눈다. 그가 특정 구질을 선호하면 반대하지 않는다. 매번 달라지는 상대팀과 타자들의 약점을 파고드는 패턴을 설정하기 위해 의견을 교환한다.”

 -류현진이 포수 사인에 고개를 젓는(다른 사인을 요구하는) 편인가. 공 배합에 대한 생각은 얼마나 같고 다른가.

 “볼 배합에 이견이 심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평소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류가 고개를 흔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나를 신뢰하기 때문에 류현진은 사인 교환이 끝나면 볼을 정확히 던지는 데만 집중한다.”

 -류현진의 어떤 구종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가.

 “직구라고 생각한다. 스피드뿐 아니라 볼의 무브먼트(움직임)도 좋고 낮게 좌우 구석에 꽂히는 로케이션도 뛰어나다. 류현진이 변화구의 달인 또는 기교파 스타일이란 말도 들었는데 그의 패스트볼이야말로 좌우 타자에 상관없이 큰 위력을 발휘한다. 타자 입장에선 ‘저 투수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할 수 없을 때 큰 어려움을 느낀다. 정통파라면 강속구, 기교파라면 변화구를 노리지만 류현진처럼 자유자재로 구질과 속도를 바꾸면 ‘노리고 치는 일’이 불가능해지고 ‘눈으로 따라가며 스윙’해야 한다. 장타와 연타, 대량실점을 허용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류현진이 더 성장하기 위해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경기 초반이 중요하다. 1회 첫 타자와의 승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 고비만 잘 넘기면 무적의 피칭이 이어진다. 그리고 1회뿐 아니라 매 이닝 선두 타자를 잘 처리하는 요령을 익히면 머지않아 빅리그 최상위 레벨의 투수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류현진 13일 애리조나전 등판=한편 다저스는 “류현진이 13일(한국시간) 애리조나전에 선발 등판한다”고 9일 예고했다. 8일 애틀랜타전에서 7과3분의2이닝 6피안타·1볼넷·6탈삼진·1실점해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팀의 2-1 승리를 이끈 류현진은 애리조나전에서 시즌 7승에 재도전한다. 류현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다승 부문 공동 선두(9승무패·평균자책점 1.98)인 패트릭 코빈(24)과 선발 맞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LA중앙일보=봉화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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