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어려운 전립샘암, 브래키테라피로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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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차병원 박동수 교수가 브래키테라피로 전림샘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사진 분당차병원]

요즘 중년 남성을 위협하는 암은 단연 전립샘암이다. 증가 속도가 가팔라 머지않아 미국처럼 남성 암 발생률 1·2위를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전립샘암은 진행이 느린 양순한 암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전체 전립샘암 중 20∼30%는 악성도가 높다. 그만큼 분열과 전이가 쉽다. 전립샘암은 악성도와 진행 상태에 따라 저(低)·중(中)·고(高) 등 3등급으로 위험군을 나눈다. 이 중 고위험군 전립샘암은 절제술과 방사선을 동원해 공격적으로 치료해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수술을 받을 수 없는 고령자나 심장질환과 같은 지병이 있는 사람들이다. 혈전용해제를 사용할 경우 지혈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술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치료법이 근접방사선을 활용한 ‘브래키테라피(Brachytherapy)’다.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박동수 교수가 2006년 국내에 처음 들여와 현재 200례에 달하는 시술 경험을 축적했다.

그는 최근 브래키테라피와 수술을 통한 적출술의 성적을 비교해 논문을 발표했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브래키테라피 시술을 받은 55명의 치료 성적을 조사해 적출술을 받은 55명의 성적과 비교했다. 그 결과, 브래키테라피 시술 그룹이 수술 그룹보다 사망률이나 재발률 성적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

박 교수는 “저·중위험군 환자의 치료 성적은 95% 이상이지만 고위험군은 이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양쪽 군이 비슷한 80%대의 생존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그룹이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호르몬이나 외부방사선 등 보조 치료를 병행했다.

근접 방사선 치료인 브래키테라피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다. 샤프심 크기만 한 동위원소(seed)를 50∼150개 전립선 암덩어리 안에 골고루 심어놓아 이곳에서 방사선이 나오도록 설계했다. 박 교수는 “주입한 시드의 용량은 일반적인 145그레이보다 높은 200그레이 이상 주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비뇨기과 학술지 『World Journal of Ur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현재 브래키테라피는 분당차병원과 세브란스병원(2013년 도입) 두 곳에서 시행하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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