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평양으로 돌아온 김정은, 남북대화 데뷔전 실행플랜 짜는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6일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소년단 제7차 대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은 최용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로이터=뉴시스]

“지도자의 동선 을 보면 정책이 보인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움직임을 놓고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다. 과거 김일성·김정일 시대 때도 북한 지도자들은 유독 현지지도를 많이 했다. 현지지도란 우리로 치면 일종의 현장 시찰 방문 같은 것으로, 현장상황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24일부터 열흘 넘게 휴양소에 머물며 ‘원산 구상’에 몰두했던 김정은이 평양으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관영 언론들은 7일 김정은이 “6일 평양에서 열린 평양 소년단 대회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김정은이 4일을 전후해 평양으로 돌아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원산에 머무르는 동안 김정은은 인근 군부대를 방문하고, 6월 들어서는 오성산 등 최전방 부대와 군부대 산하 성천강 그물공장 등을 둘러봤다.

 김정은의 원산 구상은 6일의 남북회담 제의로 구체화하고 있다. 회담이 성사될 경우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으로 닫혔던 당국 간 접촉이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에겐 데뷔 무대이자 정치·협상력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런 만큼 김정은이 어느 때보다 이번 회담에 관심을 집중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가 평양으로 돌아온 건 나름대로 ‘원산 구상’을 뒷받침할 세부 전략과 구상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과거 여러 차례 남북회담에 관여했던 전직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남북회담을 할 경우 세세한 부분까지 김일성이나 김정일에게 보고해 결심을 받곤 했다”며 “김정은도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를 통해 회담 전략과 의제뿐 아니라 대표단 선발이나 합의문 초안 등을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후 첫 회담인 데다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어서 이전보다 더욱 신경쓸 것이란 얘기다.

 김정일은 생전 방북하는 남측 대표단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까지 하나하나 챙겼다고 한다. 분야별로 요일을 정해 보고를 받았지만 남북관계만큼은 현안 발생 시 밤낮없이 직통전화를 이용토록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만큼 남북관계에 관심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김정은 역시 이와 유사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을 것으로 우리 당국은 보고 있다. 하지만 그의 협상 스타일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 때문에 남북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열릴 것으로 보이는 실무접촉에서 북한이 어떤 카드를 내밀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