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휴대전화, 노키아 안방 핀란드서 첫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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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삼성전자가 ‘노키아’의 본거지인 핀란드 휴대전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8일(현지시간) 올 1분기 지역별 휴대전화 점유율을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가 핀란드에서 노키아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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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핀란드에서 21만972대(36.1%) 휴대전화를 판매한 반면 노키아는 19만6045대(33.6%)로 시장점유율 1·2위가 뒤바뀌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가 핀란드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한 것은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한 이래 처음이다.

 이 같은 결과는 갤럭시S3·노트2 등 지난해 삼성이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이 선전한 데 비해 노키아는 이렇다 할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핀란드 내수 시장에서 노키아의 판매 실적 80%는 일반 휴대전화(피처폰)인 데 반해 삼성전자는 판매 실적의 80%가 스마트폰이다. 지난달 출시돼 전 세계 최단 기간 1000만 대를 판매한 갤럭시S4가 1분기 판매수치에는 더해지지 않은 만큼 앞으로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핀란드에서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휴대전화 판매량이 38% 증가했지만, 노키아는 28% 감소했다”며 “노키아가 전략 스마트폰으로 윈도폰인 루미아 라인을 계속 출시했지만 삼성전자의 갤럭시S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분석했다.

 1860년대 문을 연 노키아는 1990년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성장한 ‘핀란드의 자부심’이다. 2007년까지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 50%에 달하는 등 ‘노키아 제국’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차세대 시장이던 스마트폰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자체 개발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고집하면서 삼성과 애플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심비안 이후에도 OS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게 된 구글 안드로이드 대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모바일에 ‘올인’했지만 루미아920 등이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WSJ는 “전 세계 많은 시장에서 노키아가 몰락하고 있던 2010년까지도 핀란드 시장점유율은 65%였을 정도로 핀란드인들의 노키아 사랑은 각별했지만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핀란드뿐 아니라 삼성의 스마트폰 글로벌 1위 추세는 강화되고 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서 올해 1분기 세계 휴대전화 매출액을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가 236억2100만 달러(26조 5100억원)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애플에 내줬던 1위를 다시 회복한 것이다. 애플은 229억 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다만 1분기 영업이익률은 애플이 31%로 2위인 삼성전자(21.8%)보다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5’ 등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만 집중하는 반면 삼성은 다양한 중저가 제품을 선보이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의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인정한 두 건의 특허에 대해 재심사 결정을 내렸다. 이미 나머지 두 건은 지난 3월 재심사 결정이 내려진 바 있어 이번 결정으로 인해 최초의 ITC 예비 판정이 전면 재심사를 받게 됐다. 최종 판결은 8월 1일로 예정돼 있다. 이와 반대로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ITC에 제소한 특허 침해 관련 판정은 이달 31일에 나온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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