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할머니에게 막말·조롱 '패륜 고교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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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순천제일고 학생이 병상 할머니를 향해 막말을 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 캡처 화면.

전남 순천의 고교생들이 노인복지시설에서 징계성 봉사활동 중 병상의 할머니를 향해 막말과 조롱을 했다. 학생들은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해 파문이 일고 있다.

 순천제일고 학생 9명은 27일 순천시 상사면의 한 노인요양시설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 대부분은 흡연 등으로 교내 봉사 처분을 받았고 이후에도 태도가 바뀌지 않아 외부 봉사활동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장모(17·2학년)군은 병상에 누워 있는 한 할머니에게 소리를 지르며 반말을 하고 장난을 했다. 이를 다른 학생 한 명(2학년)이 동영상으로 찍었다.

이 학생은 침상 가장자리를 손으로 잡고 흔들며 “네 이놈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라며 고함을 쳤다. 이어 “어어~억, 어어~억”이라는 괴성을 지르며 철제 침상을 들었다 놓으며 할머니를 위협했다. 할머니는 아무런 저항을 못한 채 장군의 행동을 지켜봐야만 했다. 이 학생은 또 다른 할머니의 머리 위에 손을 놓고 “꿇어라, 이게 나와 눈높이다”고 소리쳤다.

동영상에서 할머니가 장난을 그만두라고 했지만 이 학생들은 30여 초간 계속했다.

 이 사실은 학생들이 동영상을 자신들의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알려졌으며 유튜브 등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온라인에는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 ‘악마 같은 행동이다’ 등의 비난글이 쇄도했다. 일부 네티즌은 ‘패륜학생 처벌’ 서명운동에 나섰다.

 봉사활동에 대한 학교의 소홀한 관리감독도 도마에 올랐다. 징계를 받은 학생 9명이 노인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데 인솔교사를 한 명도 보내지 않아 이 같은 일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학교 측은 28일 학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과했다. 학교는 “본교 학생들의 비윤리적 행위로 인한 피해자 분과 그의 가족 및 본교 학생 등 모든 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해당 학생들을 중징계 처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피해자 가족들도 진상조사와 함께 해당 학생의 형사처벌을 요구했다.

 경찰은 이날 봉사활동에 참여한 학생과 학교 및 요양시설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장군은 경찰에서 “봉사 사실을 자랑하기 위해 인증샷을 찍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승주 순천경찰서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해 형사처벌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순천=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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