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재수술 두려운 노인에겐 '미세 현미경 수술' 적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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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리수원병원 장지수 원장(왼쪽)이 척추측만증으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사진 나누리수원병원]

건강한 척추 모양은 옆에서 보면 S자, 앞에선 1자다. 최근 척추 모양이 변형된 환자가 늘고 있다. 척추가 앞으로 굽는 척추후만증과 좌우로 휘는 척추측만증이다. 고령에 따른 퇴행성 척추 문제와 잘못된 자세·비만·운동 부족 탓이다. 이런 문제로 척추 수술을 받은 뒤 2차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척추수술 후 증후군도 증가하고 있다. 척추 변형·재건팀을 운영하는 나누리수원병원 장지수 원장에게 척추 변형의 원인과 치료에 대해 들었다.

척추후만증 심하면 걷지도 못해

척추후만증은 일명 ‘꼬부랑 할머니’로 불리는 병이다. 척추를 옆에서 보면 요추(허리 부위 척추)의 곡선이 사라져 1자 모양이다. 요추가 곡선을 이뤄야 상체를 바르게 세울 수 있다. 척추후만증이 있으면 점차 허리가 숙여지고 등이 굽는다. 통증도 동반한다.

척추후만증은 대표적인 퇴행성 척추질환이다. 장지수 원장은 “나이가 들며 척추·디스크(추간판)·인대·근육이 약해지고 균형이 깨져 척추후만증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골다공증에 따른 척추 압박골절도 원인이다. 골밀도가 엉성한 척추가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충격을 받으면 찌그러진 깡통처럼 내려앉으며 발생한다.

척추후만증 환자는 2008년 8061명에서 2011년 1만241명으로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장 원장은 “척추후만증이 심하면 평지도 걷기 힘들고 조그마한 물건을 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시야도 바닥을 향해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

척추가 좌우로 휘면 척추측만증이다. 환자가 2008년 10만9551명에서 12만2290명으로 증가했다. 척추측만증은 대부분 소아청소년기에 시작한다. 장 원장은 “무거운 가방, 잘못된 자세가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이라고 설명했다. 척추의 휜 정도가 심하면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장 원장은 “척추후만증이 있는 노인은 대부분 측만증을 동반한다”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사망률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고 덧붙였다.

꾸준한 운동·스트레칭으로 예방해야

증상이 심한 척추후만증은 운동·보조기로 되돌리기 힘들다. 장 원장은 “통증이 심하고 보행이 힘들면 정밀검사 후 척추 모양을 바로잡는 척추 변형 교정수술을 검토한다”며 “수술 후 운동치료와 재활시스템을 병행해야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척추후만증은 무너진 척추를 여러 곳 교정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장 원장은 “문제가 있는 척추 부위에 인공뼈를 이식해 모양을 바로잡고 고정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척추측만증은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 않다. 장 원장은 “척추측만증이 있으면 바로 섰을 때 양쪽 어깨 높이가 다르고, 한쪽 어깻죽지가 튀어나온다”며 “일찍 발견해 자세교정·운동·보조기 등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척추수술이 증가하며 재수술을 받는 ‘척추수술 후 증후군’ 환자도 늘고 있다. 2008년 3만658명에서 2011년 4만8831명으로 뛰었다. 장 원장은 “척추수술을 받으면 주변 조직에 과부하가 걸린다”며 “척추와 인대에 변형이 생기고 척추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킨다. 비율은 5~10%”라고 말했다.

척추 재수술은 환자에게 부담이 크다. 이때 척추와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결과를 높이는 미세현미경 수술이 적합하다. 장 원장은 “조금만 절제하고 미세현미경으로 보면서 수술한다”며 “문제가 있는 부위만 다듬거나 제거하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일상 복귀가 빠르다”고 말했다.

퇴행성 척추질환은 문제가 시작되면 되돌리기 힘들다. 운동·스트레칭·자세교정으로 예방하는 게 바람직하다. 장 원장은 “배를 바닥에 대고 엎드린 뒤 오른쪽 팔과 왼쪽 다리,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를 한 쌍으로 만들어 하늘로 드는 교차운동은 척추근육 강화에 좋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 척추후만증과 척추측만증 환자의 신체적 특징

[척추후만증]

● 걸을 때 허리가 앞으로 구부러진다.

● 설거지를 할 때 팔꿈치를 대고 한다.

● 벽에 등을 붙이고 섰을 때 허리와 벽 사이에 손 하나 들어갈 공간이 없다.

● 오르막이나 계단을 오르기 어렵다.

● 가벼운 물건도 들기 힘들다.

[척추측만증]

● 똑바로 서 있을 때 어깨 높이가 다르다.

● 양쪽 가슴 크기가 다르다.

● 골반이나 엉덩이가 한쪽으로 비뚤어져 있다.

● 양쪽 어깻죽지 중 한쪽이 튀어나와 있다.

● 차렷 자세에서 몸통과 양쪽 팔 사이 간격이 같지 않다.

● 몸을 앞으로 숙였을 때 한쪽 등이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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