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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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근하군 유괴살해범이 2백26일만에 체포되었다. 범인은 일당4명. 그 두목의·정체가 바로 근하군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뜻밖이다.
유전학상으로보면 외삼촌은 근친에 속한다. 근하군의 모습이 외삼촌을 빼낸듯이 닮을수도있다.
직접 생리적인 영향을 줄수있는 혈연의 범위속에 외삼촌이 있다. 유전상의 근친결혼은 본인을중심으로 사방 4촌까지로제한되어있다. 좀더 신중한 유전학자는 8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고보면 근하군의경우는 근친살해사건임에 틀림없다. 외삼촌의 범의를 알게 되면 더욱 충격적이다. 근하군의 부친으로부터단순히 1백만원을 강요할 목적이었다. 만일 그1백만원을 얻을수 있었다해도 그것이 전부 외삼촌의몫은 아니었을것이다.적어도4명이 분배를 할라치면 외이수의 목은 30만원이 넘지 않을 것이다. 바로 30만원때문에 외삼촌의 심중에 조카를 살해할 생각이 든 셈이다. 「카인」이 동생을 죽인 구약시대나 다른바 없다. 오늘의 우리사회가 유지하고있는 윤리관이 3천년전의 그것에서 별로 진보된젓이 없다는 사실은 얼마나 충격적인가.
물질이 생명의 존엄을 앞서는것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게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과연 빈곤은 그처럼 절박한 생각마저·들게하는것일까. 아니, 빈곤과는 엄연히 구별되는 사회전체의 어떤 분위기인지도 모른다.
땀을 흘리면 그것의 응보가 반드시 온다는 「모럴」은 과연 살아 있는 것인가. 땀을 흘리며 동전 한잎 버는것이 따분하고 애처러운일로 평가받는 사회라면 우리는 제2의 근하사건을 예방할수없을 것이다.
투기와 사기와 횡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기회주의가 판을치는 사회일수록 그런 사건은꼬리를 물게 마련이다. 살인이한낱 돈벌이의 수단이 된다는것은 상상만해도 기가 막힌다. 그보다더살벌한사회는없을것이다.그런사회에선누구나가슴에비수(비수)를 품기 쉬우며 정말하찮은 동기에서 그비수는 칼날을 번득일 것이다.
노력과 인내는 가장 확신할만한 가치이며, 모든 가치나 사고의 표준이 그것에의해 시작되는합리주의적 사회는 실로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생의 터저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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