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강대국 시대 온다" vs "미국 우위 수십년 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왼쪽부터 후안강, 쿱찬, 임현진.

‘아시아의 시대’는 ‘중국의 시대’와 동의어처럼 종종 통용될 만큼 중국이 아시아의 시대를 선도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오랜 잠에서 깨어난 ‘아시아의 용(중국)’은 ‘발톱이 무뎌진 독수리(미국)’를 꺾고 천하를 지배할 것인가.

 이런 물음에 해답에 찾기 위해 임현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SNUAC) 소장이 미국과 중국의 대표적 석학 2명과 e메일 대담을 나눴다. 찰스 쿱찬 미국 조지타운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와 후안강(胡鞍鋼)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교수가 당사자다.

후 교수는 지난해 출간한 『2020년 중국』에서 “2020년께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해 화제를 모았다. 쿱찬 교수는 “당분간 미국이 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서구(the West)와 ‘떠오르는 나머지(rising rest)’가 협력하는 다극화 시대가 올 것”이란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다음은 3인의 대담 요약.

 ▶임=세계 문명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나.

 ▶쿱찬=경제위기로 유럽을 대신해 동아시아, 특히 중국이 미국의 견제 세력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앞으로 수십 년은 군사적 우위를 바탕으로 지정학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세계 경제도 주도할 것이다. 미래엔 다양한 경제 모형과 권력 모형이 공존할 것이다. 미국은 자유경쟁 자본주의를, 중국은 수정된 국가자본주의를, 인구는 많지만 가난한 국가는 혼합경제 모형을 따를 것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는 지정학적 중심 없이 상호의존적으로 세계화된 상태로 존재할 것이다.

 ▶후=1956년 마오쩌둥(毛澤東)은 세상에서 미국을 넘어설 능력이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라고 예언했다. 중국은 마오의 예언을 끊임없이 증명해 왔다. 중국의 실질국내총생산(GDP)은 2030년엔 미국의 두 배에 달할 것이다. 미국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제도의 위기며 미국의 실수는 반복될 것이다. 중국은 단순한 인구 대국이 아니라 인력자본(Human capital) 대국이다. 2030년엔 중국에서 전문대학 이상 고등교육을 받은 인력이 3억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보다 많아질 것이다. 3억 명의 인재가 동시에 혁신할 때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상상해 보라.

 ▶임=문명의 전환기엔 큰 전쟁이 있었는데 평화를 유지할 수 있을까.

 ▶쿱찬=중국이 성장하면서 서구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거나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는 견해 모두 위험하고 부적절하다. 중국에 대한 서구의 정책은 잠재적인 위험과 기회에 모두 대응하는 양면적 성격일 것이다. 미국은 영토 분쟁에 대해선 중국에 경고하면서도, 북한·이란 문제나 경제 이슈에선 중국과 협력한다. 중국은 이웃을 안심시키는 방향으로 힘을 행사해야 한다.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처럼 동아시아에도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줄 다자 안보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임=중국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국제사회에 제시할 수 있을까.

 ▶후=다원화된 세계에서 보편적 가치란 타당하지 않다. 중국이 미국의 가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듯이, 중국도 미국에 중국의 가치를 받아들이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화이부동(和而不同·화목하게 지내면서도 자기 중심을 잃지 않음)을 주장한다.

 ▶쿱찬=서구의 유산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달러(경제력)와 항공모함(군사력)의 결합으로 매력적인 개념이 됐다. 서구의 패권이 시들면 그 매력도 줄어들 수 있겠지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앞으로도 수십 년은 유지될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자신의 문화와 가치를 강제로 전파하려 하지 않는다. 미래는 하나의 지배적 모형으로 수렴되기보다는 다원적일 것이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2009년 설립된 아시아 전문 연구소. ‘지식 창출을 통한 사회과학적 지식의 수입에서 수출’을 모토로 내걸고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종합 연구를 통한 ‘아시아 연구의 글로벌 허브’를 지향한다. 아시아 관련 학술 연구, 국제교류와 인재 육성을 추구한다. 교수와 박사급 연구원이 27명이다.

◆임현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장=서울대 사회학과,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한국사회학회장

◆후안강 칭화대 교수=탕산공학원, 중국과학원 공학 박사, 칭화대 국정연구센터 주임, 러시아과학원 명예 경제학 박사

◆찰스 쿱찬 조지타운대 교수=하버드대 동아시아학과,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미 외교협회 선임 연구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