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31배 면적 '토지거래 허가구역' 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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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가 아니면 땅을 사지 못하는 ‘토지거래 허가구역’이 대폭 풀린다.

 국토교통부는 23일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전국 8개 시·도에서 616.319㎢의 땅을 거래 허가구역에서 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4일부터 해당 구역에선 실수요자가 아니라도 땅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이번에 거래 허가구역에서 풀린 땅은 서울시 전체 면적(605.21㎢)보다 약간 넓고, 분당신도시(19.6㎢)에 비하면 약 31배나 된다. 남은 토지거래 허가구역은 전국 10개 시·도의 482.371㎢로 전 국토의 약 0.5%에 해당한다. 이로써 과거 노무현정부가 투기 억제를 위해 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었던 땅(2만60.6㎢) 중 일곱 차례에 걸쳐 97.6%가 허가구역에서 풀리게 됐다. 유병권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4·1 부동산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로 땅값 안정세가 뚜렷한 곳은 최대한 거래 허가구역에서 풀되 난개발이나 땅 투기 가능성이 높은 곳은 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해제된 거래 허가구역의 절반 이상(389.887㎢)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속한다. 해당 지역에서 개발행위는 계속 제한하되 사고파는 거래는 가급적 자유롭게 풀어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일정 규모 이상(주거지역은 180㎡) 땅을 살 때 시·군·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토지거래 허가제는 1978년 박정희정부가 ‘땅값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로 땅 투기가 우려되는 곳을 허가구역으로 묶기 시작한 것은 7년 뒤 전두환정부였다.

85년 대덕연구단지 건설 예정지였던 대전시와 충남 대덕군 일부 지역이 가장 먼저 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이후 토지거래 허가구역이 확대되면서 헌법에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논란도 커졌다. 헌법재판소가 89년 토지거래 허가제를 심의한 결과 위헌 의견(재판관 5명)이 합헌 의견(4명)보다 많았지만 위헌 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해 합헌이란 결정을 내렸다.

세종=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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