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농촌재건기구의 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4개회원국을 가진「아시아·아프리카」농촌재건기구(AARRO)의 제3차 총회가 4월22일부터 8일간 서울서 개최되며 이에 앞서 동기구의 전문위 및 집항위가 17일부터 열린다.
일반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 기구는 지난 62년 통일「아랍」공화국의 수도「카이로」에서 18개국이 참석한 창립총회에서 발족하였다.
현재의 회원국은 「아시아」지역의 14개국과 「아프리카」지역 10개국으로 구성되어있으며, 그 대부분이 개발도상의 나라일 뿐 아니라, 일본을 제외하고는 이모든 나라들이 농업국가이면서 농업의 생산성이 매우 저위에있는 나라들이다. 이와 같이 세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들이, 그 가운데서도 가장 낙후된 농촌의 재건을 목표로 하여 국제적협력을 다짐하고 나선 것이 이 기구이기 때문에 그활동은 활발하지 못했고, 일반에게도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 기구의 설립목적은 그 헌장에도 명시된 바와 같이 농촌재건에 있어서도 서로 비슷한 문젯점들을 갖고있는「아시아」·「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가에 있어서 각정부와 국민의 공동적·계획적이며 조정된 노력으로 융화된 활동을 가능케 하자는데 있다.
그러나 우선 제기되는 문제는 후진제국들이 모여서, 특히 농촌의 기아와 빈곤해방에 어느정도의 효과를 올릴수있을것인가 하는 의문일 것이다. 종래 개발도상의 나라들은 경제개발, 농촌문제 해결을 위한 원동력을 주로 선진국의 원조에 기대하여왔다. 실지로도 그들의 자력과 선진한 기술이 후진국개발에 큰 자극이 되었고 모범이 되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존심 때문에 후진국가들은 자칫 모방에서 시작하여 모방으로만 끝나기 쉽고 그 과정에서 경제발전을 자기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몇몇 백색「엘리먼트」를 남겨놓는데 그치는 경우도 없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지금 개발도상에있는 나라들은 서로가 비슷한 처지에서 상호간의 견해·구상·정보·경험을 교환함으로써 진정한 문제의 핵심을 스스로 발견하고, 가장 현실적이고도 낭비없는 해결책을 찾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선발개발도상국가들이 서로 1보 또는 2보 앞서간 남의 생생한 경험을 검토하고 배우는 것은 농촌재건에 있어서는 선진국의 자금과 기술을 도입하는것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각 후진국이 가진 장점과 부족점을 상호 보완함으로써만 농촌재건사업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기구는 정부간의 회의라기보다 농민 스스로의 협동적·자조적 활동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총회에는 농민대표가 일정비율이상을 차지하기로 되어있다. 그러나 개발도상의 나라의 통폐로서, 실제에 있어서는 협동조합운동 또는 농민의 자활운동은 관제의 탈을 못벗거나 오히려 억압되거나 왜곡되는 경향이 있음을 부인할수없다. 정부가선두에 서서 농업발전과 농촌부흥을 지도 육성하여야한다는 사명감이 지나쳐서 농민의 기관과 조직을 관권의 시녀화하고 결과적으로 그 활동에 농민의 참여를 배제하게 되며 심지어 정부와 관련없이 국민 또는 농민 스스로가 영위하는 조직과 활동은 일종의 반정부적인 세력의 대두와 같이 백안시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이 기구의 역사는 일천하고 그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에는 아직도 오랜 시일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여러나라에서 참집한 이번 회의의 대표들에게 두터운 우의를 표하며, 그들이 단시일에 어떤빛나는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각국이 이번 회합에서처럼 서로 격려하고 협조하여 농촌재건을 위한 올바른 자세부터 확립해나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