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오락영화 '스파이더 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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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은 1978년 '슈퍼맨' 이래 영화화된 만화 중 최고의 작품이다.

이 전설적인 만화 주인공이 낯설게 느껴지는 관객들에게는 주인공에 토비 맥과이어가 캐스팅된 것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질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이 배역에 스판덱스 장갑처럼 딱 맞아떨어진다. 더욱 중요한 점은 맥과이어가 스파이더맨의 또 다른 자아인 온화한 성격의 고등학교 모범생 피터 파커 역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40년 전 원작 만화의 기본 전제를 그대로 따왔다. 파커는 평범한 청년으로 우연히 유전자 변형 거미(원작과 다른 몇 가지 부분 중 하나)에 물린 후 초능력을 갖게 된다. 그는 초인적인 힘뿐만 아니라 거미처럼 어떤 평면이든 기어오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어 짜잔! 스파이더맨이 된다.

주인공은 처음에는 이런 능력을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데 사용하려 하지만 곧 '큰 능력에는 큰 책임감이 따른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스파이더맨 피터는 벤 삼촌(클리프 로버트슨 분)이 자동차 강도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자 삼촌의 복수를 하고 범죄에 맞서 싸울 것을 맹세하게 된다.

친구들과 적들

피터의 유일한 학교 친구는 해리 오스본(제임스 프랑코 분 : TNT사 '제임스 딘'에 주연으로 출연)이다. 해리는 파커가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옆집 소녀 매리 제인 왓슨(커스틴 던스트 분)에 대한 연정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하지만 해리는 명석하고 부유한 아버지 노만 오스본(윌리엄 데포 분)과의 소원한 관계로 고민에 빠져 있다.

파커의 장래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노만은 대형 군수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는 위험을 무릅쓴다. 한편 해리는 매리 제인과 사랑에 빠진다.

이때 자신을 '그린 고블린'이라고 칭하는 악당이 등장하게 되고, 영화는 드디어 선과 악의 웅장한 대결로 치닫게 된다.

'다크 맨'(1990), '심플 플랜'(1998), '이블 데드'등 컬트 영화 감독으로 잘 알려진 샘 레이미 감독은 평생 동안 스파이더맨의 열렬한 팬이었으며, 이 점은 영화를 통해서 잘 드러난다. 레이미 감독이 어릴 적 살던 집의 침대에는 여전히 스파이더맨 포스터가 붙어있다고 전해진다. 물론 그는 이 영화의 감독을 맡기 위해 적극 나섰고, 이 만화를 어떻게 대형 화면 속의 3차원 가상 현실로 옮길 지에 대한 구상을 이미 갖고 있었다는 점도 분명하다.

일반 관객들에게는 맥과이어에서 스턴트맨이나 컴퓨터 합성 이미지로의 장면 전환이 흠잡을 데 없다고 느껴질 것이다. 물론 공들여 '옥에 티'를 찾으려 한다면 일부 발견되겠지만, 그러다 보면 영화 전체를 놓치게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평가해 볼 때 레이미 감독은 영화 '스파이더맨'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가상현실을 창조해 냈다고 하겠다.

놀라운 특수효과와 훌륭한 연기

맥과이어는 영화 '아이스 스톰'(1997)에 나오는 10대 소년 폴 후드나 '사이더 하우스'(1999)의 유순한 청년 호머 웰스처럼 삶의 주변부를 맴도는 내성적인 성격의 젊은이들을 연기해 왔다. 이 영화의 파커 역시 여러 가지 면에서 맥과이어가 맡아왔던 배역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맥과이어가 연기력이 부족한 젊은 배우이거나 단순히 같은 성격의 배역만을 반복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맥과이어는 그가 맡아왔던 모든 배역들이 보여주는 일종의 소외감에 매력을 느낀 듯 하다.

이 영화의 제작 디자인 및 특수 효과 팀에게도 찬사를 아낄 수 없다. '스타워즈'의 특수 효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존 다익스트라는 조지 루카스, 개리 커츠와 함께 인더스트리얼 라이트 앤 매직(Industrial Light & Magic)사를 설립한 멤버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영화 곳곳에서 그가 만들어내 뛰어난 특수 시각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오스카 상 3회 수상에 빛나는 제임스 애치슨이 만들어낸 의상들(특히 가장 눈에 띄는 스파이더맨 복장)도 눈길을 끈다. 미술의 닐 스피색은 뉴욕시를 재구성해 놀랄 만한 시각 결과물을 창조해 냈다. 영화 배경은 뉴욕과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미세한 화면 처리로 관객들에게 현실과 뿌리가 닿아있는 환상적인 공간을 보여준다.

영화 '스파이더맨'은 현실 도피적인 순수한 오락물이라는 당초 기획 의도와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작품이다.

'스파이더맨'의 미주지역 개봉일은 5월3일이다.

Paul Clinton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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