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귀국 후 계속 집에 … 미국 간다는 말은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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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저녁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H아파트 윤 전 대변인의 자택에서 본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 전 대변인은 자택에서 향후 대응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박종근 기자]

성추행 추문의 당사자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9일 귀국 후 줄곧 경기도 김포의 자택에 칩거하며 향후 대응 전략을 고심 중이라고 측근이 말했다. 이 측근은 14일 익명을 요구하며 “어제(13일) 아침에도 윤 전 대변인과 통화했는데 ‘지금 집에 있지만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으니 누구와 상담을 하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미국 측에 수사를 요청했다는 상황은 알고 있더라. 그러나 (조사를 받으러) 미국 간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 전 대변인한테 연락이 왔나.

 “이번 일 터지고 간간이 연락이 온다. 마지막으로 어제(13일) 아침에 통화했다.”

 -어떤 얘기를 하나.

 “하소연이다. 바깥 반응이 어떤지 묻기도 하고. ‘기사에 이렇게 썼는데 잘못 나간 것 같다’거나 ‘무슨 신문이 이렇게 썼는데, 어떤 의미일까’ ‘이거 완전 죽이기 아니냐’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난 그냥 들어주고 있다. 본인은 억울해 하는 느낌이다.”

 -한때 신변에 이상이 있다는 소리도 돌았다.

 “목소리는 쉬고 가라앉아 있다. 그 양반이 ‘잡초 근성’이 있어 극단적 선택은 안 할 거다. 통화하면서 위험하겠다는 건 못 느꼈다. 풀이 죽은 거다. 평상시랑 비교하면 목소리가 안 좋다.”

 -바깥 상황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본인이 미국 가서 조사받으라는 여론, 정부가 미국 측에 수사를 요청했다는 상황은 알고 있다. 내가 ‘법률 문제가 되니 제대로 변호사와 상담하라’고 하자 ‘알았다. 변호사와 (상담) 해야 한다는 거 알고 있다’고 하더라.”

실제로 윤 전 대변인은 법정 싸움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정황을 보이고 있다. 12일 밤 윤 전 대변인의 자택에는 국내 검사 출신의 미국 변호사 박모씨가 찾아왔다. 그러나 박씨가 소속된 L 법무법인에서는 14일 “사건 수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 설명할 게 없다”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은 미국에서의 처신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날도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만 일부 기자들에게 “민정수석실의 조사 결과는 날조다” “(새벽에 술 취한) 나를 정말 봤는가. 고소하겠다”는 취지의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한 방송 기자에겐 문자로 “나한테 확인도 안 해보고 이렇게 악의적으로 보도해도 됩니까. 명백한 당신의 오보입니다. 잘못된 보도임을 밝히지 않으면 법적 대응하겠습니다”라고 항의했다.

 대변인 시절부터 트레이드 마크였던 ‘불통 모드’에 ‘협박’ 전략을 더한 ‘게릴라 전술’을 구사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은 말 한마디를 할 때도 철저한 시나리오와 계산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에 대비해서도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 전 대변인이 민정수석실의 조사(9일) 이후 기자회견(11일)을 열어 추행설을 부인한 것은 진술의 증거 채택 가능성과 연관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수석실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내사 이상의 의미가 없고 청와대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직접 증거가 되기 어렵고 수사기관에서 참고하는 정도면 몰라도 윤 전 대변인이 말을 바꾼다면 방증 자료 정도로밖에 활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의 조사는 날조”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런 연관성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한 로펌 소속 변호사는 “검찰의 진술조서에 대해서도 강압에 따라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있다”며 “윤 전 대변인 입장에서는 수사 상황에서 당시의 진술이 허위였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의 미국에서의 행동과 관련된 증언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당장 법적 구속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7일 밤 인턴 직원과 헤어지고 11시쯤 잠이 들었다”고 했지만, 인턴 직원에게 밤새 수차례 전화를 걸었다거나 “내 생일인데 아무도 축하해주는 사람이 없다. 외롭다”는 말을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의 생일은 7월 17일로 드러났다.

글=강태화·이소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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