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방장관 "무라야마 담화 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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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정부가 끝까지 입장 표명을 거부하던 ‘무라야마 담화’ 안의 ‘식민지 지배’란 표현에 대해 일단 “계승하겠다”고 물러섰다.

 일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0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전체를 계승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단 끝까지 직접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인정한다”는 표현은 쓰지 않은 채 “담화의 전체를 계승하겠다”는 식으로 둘러 말했다.

 지난달 2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발언 이후 연이은 망언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진 데다 아사히신문이 이날 “아베 총리가 침략이라고 명언(明言)을 않고 있다”고 하는 등 일 언론들이 강하게 지적하고 나서자 일단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후 중의원 내각위원회에서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의원은 “총리와 관방장관의 발언에는 두 단어(침략, 식민지 지배)가 안 나온다. 담화에서 두 단어의 앞뒤 부분은 인용하며 인식이 같다고 하면서 두 단어를 절대로 안 쓰는 이유가 뭐냐”고 몰아세웠다. “예스(Yes)냐 노(No)냐”는 거듭된 질문에도 스가 장관은 “역대 내각이 승계했던 인식과 같다”는 대답을 반복했다.

 결국 이날 스가 장관의 발언은 사안의 성격상 대놓고 ‘침략’ ‘식민지 지배’를 부정할 순 없고, 그렇다고 인정하기도 싫은 상황에서 일단 “전체를 계승한다”는 표현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사자인 아베 총리가 직접 이 부분을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고 있어 언제든 말을 뒤집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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