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의 초라한 "나그네"-조성각 김용기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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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중구 회현동 2가 31의 4 박연주 (47)씨는 지난 4월 예비역 대령 김모씨가 경영하는 「사이공」의 한국 음식점 「쿡」으로 취직했으나 계약과 달리 월급도 낮은데다 그나마 제대로 나오지도 않아 뛰쳐나온후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 지금은 여비가 없어 귀국도 못하는 처량한 입장에 놓였다.
박씨가 돈벌이의 꿈을 안고 월남에 온 것은 지난 4월 9일 백구부대에 교체되어 오는 LST812 함을 타고서였다.
5남매의 아버지로 과거 문산미군부대에서 솜씨좋은 요리사로 이름이 있었다는 박씨는 본래 여권수속·여객기편 등 모든 수속과 비용을 김모 대령이 부담하기로 했었으나 항공료가 비싸다는 핑계 때문에 백구부대 배편을 이용한 것인데, 그것도 말썽이 많았다.
민간인은 탑승이 안된다고 해군측이 거부하자, 군데 발이 넓은 김씨는 박씨와 다른 5명의 요리사에게 연합참모부가 발행한 군속증명서를 만들어주었다.
이 군속증명서가 박씨의 인신을 매매하는 결과를 빚었다. 김씨가 경영하는 화랑「센터」를 그만두었을 때 박씨는 『군속증명서를 교부받을 당시의 교제비』란 명목으로 자신도 모르게 「다낭」에 있는 한국음식점에 팔려버렸다.
박씨의 몸값은 6만 「피아스타」(약12만원). 박씨는 『심지어 본국에 송금한 한달치 월급(2백50「달러」중 2백 「달러」, 본래 계약은 3백 50 「달러」)에서까지 군속 증명서 등 수속에 든 교제비조로 1만원을 공제당했다』면서 분개했다.
8월 중순 「다낭」용궁음식점으로 팔려오듯이 넘어온 박씨는 2백 50 「달러」밖에 안주는 그곳에서 팔려온 사람대우를 받고는 도저히 일할 수 없어 지난 10월 중순 그집마저 뛰쳐나왔다.
그 뒤 박씨는 친구들을 찾아 소일하다 월남군의 군수물자를 싣고 「다날」항에 정박중인 LST812함에 당분간 몸을 의지하는 신세가 돼버렸다. 박씨는 『떠나올 때 이배를 타고 오듯이 누가 군속증명서라도 다시 해주면 귀국하여 가족이나 봤으면 좋겠다』고 딱한 입장을 함장 박재오 중령에게 호소하고 있다.
박씨는 『812함이 「사이공」에 귀항하면 「사이공」에서 일자리를 찾아보겠다』고 한가닥희망을 걸고 있으나 숙박비와 매식으로 몇푼모은 돈마저 다 떨어져 가고 있는 형편.
화랑「센터」에서 밀린 월급 1백여 「달러」를 받는다 해도 귀국할 여비도 못된다고 울상이다.
『한국서도 좋은 일자리가 있었으나 이렇게 될줄은 정말 몰랐다』면서 박씨는 고등학생인 아들이 보내온 딱한 사정의 편지를 들고 눈시울을 적셨다.
주월한국 대사관에서는 약 3백여명의 한국인 실업자가 「사이공」에 있다했다. 이들 실업인들은 여권연장 등 대사관영사관에 『살려달라』고 호소해 온다는 것이며 귀국을 꺼려 불법부정체재를 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이들의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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