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산하의「적과 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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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장 연륜이 짧은 극단「산하」가 이번 가을무대에 가장 큼직한 작품을 들고 나왔다.「스탕달」의 불후의 명작을 차범석씨가 각색한「적과 흑」(3막16장).
그리고 거의 모험이라 할만큼 그 대작의 주역들을 모두 신인으로 기용했다. 자신의 입신출세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야심적인 청춘의 대명사「줄리앙·소렐」역에는 남일 우(30)군. 아름답고 상냥한 여인, 그러나 저도 모르는 사이 청춘의 불장난에 말려든「르날」부인 역에는 나문희(26) 양이 각각 가을무대에서 첫선을 보인다.
극단「산하」는 그 젊은 연륜에 비해 꽤 알찬 공연을 해왔다.
창립무대는 손창섭씨의 문제소설「잉여인간」을,「셰익스피어」축제 때는「말광량이 길들이기」를,「리바이블」인「산불」을 갖고는 지방공연까지 했고 작년엔 「천사여 고향을 보라」(「토머스·울프」의 소설) 에 이어 대작「베케트」(「강·아누이」작)를 공연하여 국립극장 앞에 암표상까지 나돌게 했다는「에피소드」를 간직하고있다. 그러나 너나없이 번역극을 들고 나온 이번 연극제.
-극단「산하」의「멤버」중에는 극작가가 세 사람(차범석 임희재 오학영)이나 있는데 구태여 번역극을 택한 이유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러나 한가지 밝혀둘 것은 있다. 지난 봄「시즌」때「산하」만이 공연을 못했다. 창작극을 물색하다 시기를 놓쳤다. 지금까지의 공연실적을 보더라도「산하」 는 번역극3편에 창작극이 4편이나 된다. 창작극을 택하려는 노력이 어느 극단에 못지 않다』고 연출가 표재순씨는 말한다.
-「적과 흑」을 택한 동기는?.
『「줄리앙·소렐」의 인간형은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인간본질의 것이다. 그 야망과 좌절감이 복합된 성격 속에서 우리는 현대인 특히「인텔리」의 고민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신인에 대한 기대는?
『과거 어느 공연 때보다 신경을 쓰고 있다. 약간의 두려움도 없지 않지만 참신한 무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산하」는 이번 공연에서 회전무대를 활용하는 한편 배경은 희색의「모노·크롬」을 사용하여「베케트」에서 보인 본격적인 의상(오은환·김지사 제작) 꽈 대조를 이루게 한다고.
출연자는 성우출신의 두 주역이외에 전운 조영일 구민 홍계일 주상채 김영옥 최응찬 등3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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