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안철수? "민주당에 원심력" vs "세력 없인 힘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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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부인 김미경 교수가 24일 오후 선거사무실에서 관계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가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정치권을 떠난 지 5개월여 만이다.

 안 후보는 24일 밤 당선이 확정된 후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며 “안철수의 새 출발을 꼭 지켜봐 달라”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역 인사부터 드리는 게 순서”라며 “국회 의정활동을 준비하는 데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계획은 어느 정도 그런 것들이 마무리되고 생각이 정리되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안 후보의 컴백은 야권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 회오리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당장 안철수 신당 창당 여부와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을 둘러싸고 한바탕 격론이 벌어질 조짐이다. 안 후보는 미국에 머물다 귀국하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측근인 조광희 변호사는 “안 후보가 이번 보선에 나온 건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며 끝까지 정치를 하겠다고 한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식 정치를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안 후보의 한 측근은 “신당 창당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인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다른 당에서 넘어오는 의원들을 세력 확대를 위해 수용하는 게 안 후보의 ‘새정치’와 부합하는지는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정치’를 둘러싸고 야권 주변에선 세 가지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먼저 안철수 후보가 신당을 만들고 야권이 분열하는 경우다. 익명을 요구한 친노무현계 의원은 “안철수 후보의 국회 입성은 민주당엔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신당을 만들긴 만들 것이고, 그럴 경우 민주당에서 안철수 신당으로 이탈자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안철수 후보의 국회 입성이 야권 분열이란 파열음을 낼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안 후보가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이는 새정치와 국회 쇄신, 특권 내려놓기라는 어젠다를 놓고 민주당과 주도권 다툼을 벌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두 번째는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지고 야권이 연대하는 시나리오다. 안철수 신당에 대해 우호적인 민주당 내 인사들이 기대하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이들은 안철수 신당이 범야권의 스펙트럼을 넓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내 비주류 중진의원은 “당장 안철수 신당으로 당적을 옮길 의원들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당분간 쇄신에 박차를 가하는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각자의 영역에서 지지층을 넓혀나가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각개약진하다가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계기로 야권 대통합 차원에서 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이번 선거에서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않은 걸로 안 후보에게 대선에서 진 빚을 갚았다”며 “앞으로도 연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신당 창당이 불발되는 경우다. ‘안철수 효과’가 미미할 거란 분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결국 300분의 1(국회의원 300명 중 한 명이라는 뜻)로 제2의 문국현 역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었다. 박 전 원내대표가 언급한 문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의 ‘제3세력’이었다. 그러나 18대 총선에선 신당(창조한국당)을 만들어 승부수를 던졌지만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19대 총선에선 존립이 가능할 정도의 의석과 득표율을 올리지 못해 강제로 해산됐다.

  부산대 김용철(정치학) 교수는 “세력이 없는 안철수라는 개인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계개편은커녕 무소속 의원으로 의정활동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글=강태화·하선영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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