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무거운 민심 밑바닥 봤다" 민주당 공식 논평 서면으로 대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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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에는 이번엔 종합상황실이 차려지지 않았다. 승리할 곳이 없자 애초에 개표방송 시청 일정조차 잡지 않은 것이다. 제1야당 당사에 종합상황실이 마련되지 않은 건 아주 드문 일이다. 사실상 참패를 예견한 셈이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여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가 직접 영도 유세에 나서 김비오 후보를 돕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로 ‘전패’ 위기감이 확산되자 아예 선거에 손을 접었다. 선거 하루 전날인 23일에도 민주당은 선거 지원 대신 국정원 여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이슈화하는 데 당력을 쏟았다.

 민주당은 4·24 재·보선 결과에 대한 공식 논평도 서면으로 대신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객관적으로 어려운 지역과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 재·보선 결과는 민주당을 향한 차갑고 무거운 민심의 밑바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제자리에 머무르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하는 민심의 준엄한 최후통첩으로 재·보선 결과를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대변인은 “야권의 단결을 위해 양보한 안철수 후보의 당선을 더욱 축하한다”며 “안철수 후보의 당선으로 전개될 야권의 정계개편이 분열이 아닌 야권의 확대와 연대로 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박 대변인의 논평과 달리 애써 선거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의원들도 있었다. 재·보선을 총괄한 김영록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 강세 지역(부산 영도 및 충남 부여-청양)에서의 승패가 크게 의미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도 “투표율이 높지 않고 전국적인 관심도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보선 전패라는 성적표는 다음 달 5·4 전당대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안철수 후보와 민주당 당권주자들의 입장이 갈린다. 김한길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껴안아야 한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혀온 데 반해 강기정·이용섭 후보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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