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따구 습격 … 숨도 못쉬는 가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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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1일 부산 가덕도 장항마을과 율리마을에서 바다로 나가는 수로 인근에 죽어 있는 수천 마리의 깔따구 떼를 주민이 손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 강서구 가덕도 장항마을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종상(54)씨는 2주 전부터 야간 영업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는 “밤이면 불이 켜진 곳으로 깔따구 떼가 새까맣게 몰려와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기처럼 생긴 깔따구는 진흙이나 웅덩이에서 서식하는 해충이다.

 이곳에 사는 10여 가구 30여 명의 주민들은 아침마다 창틀과 문 앞에 새까맣게 죽어 있는 깔따구 떼를 쓸어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낮에 다닐 때도 마스크를 쓰거나 수건으로 얼굴을 가려야 한다. 눈·코·입으로 깔따구 떼가 마구 들어와 숨 쉬기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마을에는 바람이 불면 어디론가 사라졌다 바람이 잔잔해지면 깔따구 떼가 수십 수백 마리씩 떼 지어 날아다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대화를 해야만 했다. 이순옥(63·여)씨는 “밤마다 방충망과 창문에 가득 붙어 있는 깔따구 떼를 보면 소름이 끼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고 말했다.

깔따구

 근처 율리마을 10여 가구 20여 명의 주민도 사정은 비슷하다. 김성진(42) 율리마을 통장은 “오늘은 강풍이 분 탓에 깔다구 떼가 평소 10% 정도만 날아다니는 게 이렇다”면서 “구청에서 방역을 하면 깔따구가 좀 줄어드는 것 같다가 또다시 몰려오는 현상이 이달 초부터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정지역이었던 가덕도 마을들이 해충의 천국이 된 것은 인근에 조성된 부산신항만 건설 때문이다. 2009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항만 공사를 하면서 바다에서 퍼 올린 준설토(900만㎥)를 장항과 율리마을 앞바다(144만㎡)에 쏟아 넣었는데 여기서 해충들이 무더기로 부화한 것이다.

 서동현(43) 해양수산부 부산항건설사무소 항만개발과 주무관은 “2011년 이후부터 해충에 대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유충과 성충을 죽이는 방제활동을 해오고 있다”면서 “현재의 준설토 투기장에 2015년께 남컨테이너 항만배후단지가 조성되면 더 이상 피해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까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창원시 구도심인 마산 회원구 양덕동과 산호동 주변 하천에서도 지난달 중순부터 깔따구가 출현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보건당국은 그동안 부산신항 근처 준설토 투기장에서 주로 서식하던 깔따구가 창원시 구도심에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어서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양덕동과 산호동 주변의 복개천인 산호천 아래로 흐르는 더러운 물로 인한 부영양화 탓에 깔따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창원시 마산보건소 관계자는 “올해 처음 깔따구가 발생한 것은 아니고 매년 봄이면 하천 주변에 깔따구가 조금씩 날아다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매일 현장을 점검해 깔따구가 발생하면 방역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글=위성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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