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받는 어촌탁아소|적십자사 하계봉사 현지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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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한적십자사에서 주관하는 농번기의 어린이 탁아소운동이 괴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5년 전부터 시작한 이 운동은 이제 전국 2천여 부락에서 일에 쫓겨 소외당한 어린이들을 따뜻하게 돌봐주는 힘이 되고 있다. 작년까지는 농촌에만 손을 쓰던 적십자사에서는 오징어잡이로 성어기를 맞이한 동해안에 탁아소를 설치, 외롭고 지루하기만 하던 어촌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현지 파견 보모들은 대학을 나온 자진 봉사원으로 본부에서 1주일의 훈련을 거쳐 적은 일당과 여비를 지급 받고 있다. 다음은 현지에서 전해온 소식이다.
○…동해안의 어촌에 처음으로 성어기 「계절탁아소」가 설치되어 어촌일손을 돕고 있다. 탁아소는 대한적십자사 강원지사가 중앙으로부터 6명의 자원보모를 지원 받아 지난 2일 속초·주문진·묵호의 3개 어항에 설치한 것으로 시·군의 급식(식빵)지원만 받고 오징어 성어기가 끝나는 8월30일까지 한달 동안 문을 여는 무료오징어 유치원.
○…지름까지 농번기탁아소만 힘쓰던 것이 이번에 처음으로 오징어 철을 맞아 배맞이와 건조, 제품, 판매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친정부모가 와야 인사도 않는다는) 어촌일손을 돕기 위해 이번 기탁아소가 마련된 것.
○…동해안의 영세 순수 어민 촌인 청호동의 청호국민학교 마당을 빌어 설치됐고 2백60명의 3∼6세 짜리 코흘리개 부스럼딱지들이 아침만 먹으면 아장아장 걸어와 기나긴 여름날에 얻어터지고 눈물을 짜던 신세를 면하고 있다. 처음에는 1백여 명을 수용하려했으나 자꾸 탁아신청이 늘어나 2명의 보모가 1개 학년을 맡게된 셈. 천막을 돌며 비지땀을 흘리는 보모는 직업보모가 아닌 서울처녀 신명자(25·성대 국문과졸·서대문구천연동139), 하삼순(25·고대 국민과 졸·성동구옥수동산의5)두 적십자청년봉사대원들. 농촌봉사는 학생 때부터 맡아놓고 다녔으나 어촌살림을 알고 싶어 자원해 왔다는 것.
○…방한 칸 얻어 자취하며 38도의 무더위에 피서는커녕 손이 모자라 비명이고 어항특유의 각박한 인심에 고맙다는 인사한마디 못 들으면서도 즐거이 무료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꼬마들은 부스럼장이가 3분의1을 넘고 우악스러워 까딱하면 싸우고, 울고, 뒹굴고…. 보모들은 약을 발라주고 주사를 놓고 싸움을 말리고 닦아주고 씻기고 빵을 나눠주고 물 먹이고 노래부르고 이야기해주고… 그러면 꼬마들은 곧잘 말을 듣는다. 「병아리 때 종종종, 얼룩송아지, 손가락은 열」-이내 합창이 된다. 이렇게 바닷가 여름 해가 기운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는 물음에 두 아가씨 보모는 『꼬마들에 둘러싸여 땀 흘리다보면 더위도 짜증도 날아가 버린다』고. 【속초=양정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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