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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옴부즈맨 코너] 싸이 ‘시건방춤’ 사진을 1면에 실었어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19호 30면

예쁜 여성이 곁을 지나가면 자연스레 고개가 돌아간다. 기사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사로잡는 제목은 기사의 매력적인 얼굴이다. 물론 ‘충격’ ‘경악’ ‘헉!’ 따위의 부담스러운 화장이 제목에 칠해져 있지 않다는 전제하에. 아쉬운 건 중앙SUNDAY의 얼굴이 지나치게 수수하다는 거다. 단조롭고 심심한 기사 제목들로 젊은 독자의 눈길을 끌 수 있을까. 중앙SUNDAY의 기사들은 말도 잘 통하고 성격은 착한데 확 끌어당기는 매력은 없는 이성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파워차세대’에 소개된 국내 1세대 해커인 이승진씨 인터뷰의 제목이다. ‘스마트TV 해킹해…보안 구멍에 경종’. 흥미로운 인터뷰이를 너무 지루하게 소개한 듯하다. 한국 기업들의 이라크 진출을 다룬 ‘310조 재건시장을 놓고 터키 독주 속 한·미 추격’도 내용은 잘 함축했으나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드는 문장이다. 반면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이언 칼럼의 말을 인용한 ‘최고의 디자인은 없다, 항상 다음이 최고다’란 제목은 묵직한 의미를 담아 인상적이었다.

 13일 싸이 콘서트를 다녀왔다. 현장의 열기를 기사 속에서 다시금 느낄 수 있어 반가웠다. 콘서트 기사 바로 밑에 배치한 신곡 ‘젠틀맨’에 대한 대중문화평론가인 임진모씨의 분석은 시선을 오랫동안 붙들었다. 하지만 1면에 실은 싸이 콘서트 사진은 밋밋해 보였다. 말춤의 후속작인 ‘시건방춤’을 추는 사진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내가 현장에서 인상 깊게 본 건 행사장에 중·장년층이 의외로 많았던 점이다. 전 세대의 문화 코드가 된 싸이의 면모를 기사에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들려준 ‘행동·음성·정신분석 통해 본 29세 김정은의 도발 심리’는 꽤 흥미로웠다. 김정은은 북한의 지도자이면서 동시에 내 또래이기도 하다. 남한 청년들은 늘 같은 표정만 짓는 북한 청년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해한다. 전문가들이 심리분석의 근거로 삼은 김정은의 제스처를 사진으로 곁들였다면 기사를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이 됐을 것 같다.

 대통령의 가족들 근황은 늘 궁금한 소재다. 친인척 관리에 실패한 전임 대통령들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5년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는 누구도 장담 못한다. 기사는 ‘박씨 가문’이 주인공인 드라마의 프롤로그를 보는 듯했다. 모두가 안보·경제 위기에만 정신이 팔려있는 가운데 중앙SUNDAY가 적절한 시점에 기사를 내놓았다고 본다.

 S매거진 기사 중엔 국립무용단의 공연 ‘단’ 리뷰가 읽기 좋았다. 이 공연은 다른 매체에서도 많이 다뤘다. 대부분의 기사가 무용수들의 상반신 노출에만 집중하는 등 선정성이 짙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S매거진 기사는 공연의 예술적 가치에 집중했다. 미학적 의미를 전달하고 연출자의 의도를 친절히 설명한 점이 돋보였다.



장혁진 올해 고려대 미디어학부를 졸업했다. 군 시절 대북방송을 담당해 목소리가 우렁차다.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생 칼럼 최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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