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이슬란드와 FTA 체결 … 북극 자원 확보할 교두보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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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이 북극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아이슬란드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이다.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는 15일 중국을 방문해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FTA를 체결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자원을 노리는 중국과 양국 사이의 교역을 늘려 경제를 살리려는 아이슬란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앞서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아이슬란드를 방문해 북극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해양자원개발·환경·선박운항 등에서 양국 협력에 합의했다. 중국은 또 아이슬란드의 지지 등에 힘입어 다음 달 열리는 북극위원회 회의에서 영구 옵서버국 자격을 얻을 전망이다. 북극위원회는 아이슬란드를 비롯해 북극권에 영토를 가진 8개국이 구성한 협력체다. 현재 북극해를 통한 해상운송과 급격한 기후변화 문제 등 현안에 대해 주도권을 갖고 논의하고 있다.

영구 옵서버국은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모든 북극 이사회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토론회에서도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중국과 우리나라 등은 현재 임시 옵서버국이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북극의 자원 확보가 가장 큰 목적으로 분석된다. 2008년 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북극에는 세계 석유 매장량의 13%, 천연가스 추정 매장량의 30%가 매장돼 있다. 희토류 수백만t과 우라늄·철광석·석탄·구리·다이아몬드 등 수천조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지하자원도 있다.

 중국은 북동항로(Northeast passage) 개척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중국은 상하이(上海)~믈라카해협~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 최대 무역항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가는 1만9550㎞의 항로를 이용하고 있다. 북극 빙하가 녹아 상하이~베링해(海)~북시베리아 해안을 거치는 새 항로가 개척되면 거리가 1만5793㎞로 줄어든다. 운송 기간은 8일 단축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디폴트를 선언한 아이슬란드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중국의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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