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총선 격랑의 뒤안>(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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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대문을>
「이상」평온 지구다. 서대문 을구는 9명의 후보가 난립 서울에서 가장 격심한 혼전을 벌이고 있으나 지난달 22일에야 겨우 선전벽보가 나붙은 정도다.
몇 차례의 활동연설회에 청중이 모이지 않아 후보자들을 실망시켰는데 청중들은 『네사람의 말을 들어봐야 모두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면서 흥미 없다는 표정.
대중·민중·자민당 등 몇몇 군소정당 후보는 선전벽보 비용마저 내지 못해 입후보자 9명중 6명의 「포스터」만 거리에 나붙어 있다.
『대리투표의 전초전이다. 뭐다.』하여 선거인명부열람에 신경이 곤두 세워진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다. 이곳 19만 5천여명의 유권자중 1할을 약간 넘는 2만 4천여명이 간신히 선거인 명부를 열람한 정도다. 「선거무관심」의 표본지구 같이 보인다. 굳이 선거의 입초사에 오르내리는 쟁점이 있다면 신종 주택촌과 무허가 촌개발이 고작.
각 후보들은 ①문화촌 갈현동 등 신흥주택지역과 ②수색 성암동 등지의 농촌지역 ③안산동지의 무허가촌 지역 등에 관심을 쏟는다. 『상·하수도와 주택문제는 이렇게 하겠다』는 식의 이야기가 제나름으로 나오지만 유권자들에겐 『선거공약으로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유권자들은 시의원 입후보자 같은 말만 한다고 핀잔도.

<성동 을구>
『이름도 성도 모르는 한표를 설득하는데 우리의 운명이 달려있다』-공화당 박준규 후보의 사무실에나 붙은 벽보의 한토막. 지난 4년 동안에 굳힌 선거 기반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즈음은 찾아드는 손님이 부쩍늘어 민원상담구실에 선거운동원들은 진땀이다. 잠시나마 이같은 심부름 등이 조직작용의 기반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난 17일 이곳의 유력 야당후보가 천호동 시장 빈터에서 첫유세의 「테이프」를 끊었는데 청중수는 연사의 열변이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합동강연회때도 청중은 없었으며 마을 어린이들이 신기한 듯 「마이크」앞에 모여 그나마 연사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듯 했다. 이날 강연을 들으려고 나왔던 김모(61)노인은 『제나름의 자랑 강연대회같아 들으나마나』라고 주석을 붙였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비교적 차분하고 논리적인 연설을 든다면 민주당후보 신상초씨의 것.
공화·신민의 대결장에 슬쩍 끼어 들어 고전이지만 이를 듣고 있던 한 청년가로대 『역시 언론계 출신이라 말에 조리가 서있다』고했다. 이 지역 유권자들은 아직 황금 같은 한표의 행방을 정하지 못한 듯 했다.
이곳의 인심을 많이 휘어잡고 있는 최덕남씨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있는 신상초씨는 박씨와 맞겨뤄 불꽃을 튕기고 있는데 청년층에 널리 알려진 신씨의 논리적이며 정열적인 연설은 이곳 유권자들의 마음을 끄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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