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쏘면 10분 내 도달 … 일본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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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새벽 2시30분 도쿄 한복판 이치가야(市ヶ谷)의 방위성에 요격용 패트리엇(PAC-3) 미사일 발사기 2대가 운반됐다. 발사기는 즉각 방위성 부지 내 운동장에 설치됐다. 미사일의 겨냥 방향은 한반도 쪽 북서 상공.

 도쿄뿐 아니다. 도심에서 각각 30㎞가량 떨어진 사이타마(埼玉)현 아사카(朝霞), 지바(千葉)현 나라시노(習志野), 가나가와(神奈川)현 다케야마(武山)의 자위대 주둔기지에도 이날 같은 시각 PAC-3가 전격 배치됐다. 북한이 발사하는 미사일 혹은 미사일 파편 등이 만일 일본의 수도권 중심에 떨어질 긴급사태에 대비해서다. 이미 PAC-3가 상시 배치돼 있는 지방의 자위대 기지도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북한이 이르면 10일 미사일을 발사할지 모른다는 소식에 일 정부는 준(準)비상상황에 돌입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PAC-3의 수도권 배치와 관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태세 구축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교도(共同)통신은 “일 정부는 북한이 발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사일 ‘무수단’의 최대 사거리가 4000㎞로, 일본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돼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 정부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과거 세 차례의 미사일 발사 때와는 달리 북한이 발사 예정 기간이나 방향을 국제해사기구(IMO)에 전혀 통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전통보 없이 ‘무수단’이 발사될 경우 일본이 즉각적인 대응을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일본까진 채 10분도 안 돼 도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 정부는 요격 범위가 넓은 이지스함 ‘곤고’와 ‘기리시마’를 동해 쪽에 파견한 상태다. 해상배치형 요격 미사일 SM-3가 탑재돼 있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영토나 하와이 등에 떨어질 게 확실할 경우 요격에 나서게 된다.

  현재 일 영토를 가운데 두고 일 자위대 이지스함은 동해 쪽에, 미 해군의 이지스함은 태평양 쪽에 집중 배치돼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일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1척을 추가로 동해에 파견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8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방어 의지는 확고하다”며 “한국에 대해 핵우산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최근 새로운 공동 도발 대비 계획에 서명했다”고도 밝혔다.

 새뮤얼 라클리어 미 태평양군(PACOM) 사령관은 “만일 북한이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요격하라는 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9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느냐”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질문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곧바로 미사일이 어디로 향할지 감지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현재 북한 미사일에 대비해 미 본토와 하와이·괌 등에 미사일 방어망을 가동시키고 있다”며 “북한의 국지전 도발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누구든지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이 발표한 남한 내 외국인들에게 사전 대피 계획을 세우라는 경고에 대해 중국이 우려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워싱턴·도쿄=박승희·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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