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전국 1등 다투는 강진·진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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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북 진안군 원단양마을에 사는 필리핀인 에니다 앨로씨(왼쪽 셋째)와 길리다씨가 진안읍 공원을 찾아 자녀들과 여가를 즐기고 있다. 진안군에는 이같이 자녀를 여럿 둔 이주여성들이 많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북 진안군 안천면 보한마을의 미루나(39)씨는 10여 년 전 필리핀에서 이 마을로 시집을 왔다. 그는 아이가 4명이나 된다. 두 딸인 김희연(초등 5학년)·희정(초등 4학년)과 두 아들인 희수(초등 3학년)·형빈(2) 등이 있다. 한 동네에 사는 중국인 김은화(29·조선족)씨는 아이가 두 명이다. 그는 6년 전 국제결혼을 하면서 이 마을로 왔다. 미루나씨는 “아이들이 많으니 외국 생활의 외로움 등을 달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보한마을의 김종현 이장은 “90여 명의 마을 주민들 대부분 60세 이상이다. 사실상 아이 울음이 끊겼던 마을에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이 들어오면서 생기가 돌고 있다. 집안의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아기를 안고 마을회관에 나오면 주민들이 용돈까지 쥐여 주면서 한 번씩 안아 보려고 서로 경쟁을 할 정도로 사랑을 받는다”고 말했다.

 전북 진안군과 전남 강진군의 출산율은 전국의 232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힌다.

 진안군의 경우 2010년 2.41명, 2009년 2.057명으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2011년에는 2.102명으로 3위에 올랐다. 출산율은 가임(15~49세) 여성들이 낳은 아이 숫자를 말한다. 강진군은 2011년 2.281명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으며, 2008년에도 2.21명으로 1위에 올랐다. 이들 지자체의 출산율은 전국 평균( 2010년 1.2명, 2011년 1.2명)의 배에 이른다.

  이들 지자체의 출산율이 이처럼 높은 것은 다문화가정의 힘이다. 진안에는 동남아 등에서 시집온 이주 여성들이 250여 명이나 된다. 무주·장수 등 주변의 지자체보다 50~100명이 많다. 강진군에도 225명의 이주 여성이 들어와 살고 있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은 대부분 2~3명씩 아이를 낳는다. 특히 필리핀·일본에서 시집온 여성들은 4~5명씩 아이를 낳기도 한다.

 유선옥 진안군다문화센터 사무국장은 “농촌에 들어와 사는 이주 여성들은 100% 가까이 아이를 낳는다. 아들·딸이 많을수록 멀리 있는 친정이나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덜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들 다문화가정은 60~80대가 태반인 농촌 마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귀농, 귀촌자들도 출산율 향상에 한몫을 하고 있다. 현재 118가구의 도시민이 들어와 살고 있는 진안군은 ‘전북의 귀농 1번지’로 자리를 잡았다. 강진군은 2009~2012년까지 4년간 매년 100가구 이상 들어올 정도다. 다른 지자체보다 서둘러 귀농자 지원조례를 만들어 정착자금 2000만원을 지원한 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지자체들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진안군은 출산부터 양육까지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저출산 패키지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출산장려금도 다른 지자체보다 앞서 2007년부터 지급하기 시작했다. 두 자녀까지는 1년간 120만원을, 셋째부터는 3년간 450만원을 준다. 임산부에게는 철분제·영양제·계란·미역 등을 제공한다. 여성 농업인이 출산으로 일을 중단할 경우 농가 도우미도 파견해준다.

 강진군은 첫째 120만원, 둘째 240만원을 1년간 지원한다. 셋째부터는 30개월간 720만원을 지급한다. 또 초음파검진비(6만원), 출산준비금(20만원)은 물론이고 셋째 이상은 건강보험료(월 3만원)를 5년간 지원한다. 특히 강진군은 24시간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해 전국적인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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