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진주의료원 사태, 지역에서 해결하게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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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진주의료원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원래 이 사태는 지난 2월 경상남도가 지역공공병원의 방만한 경영과 경영개혁 거부, 과도한 적자를 이유로 폐업방침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공공의료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시위 버스와 국회의원 단식 등으로 자칫 정쟁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전국 34개 시·도립의료원이 수익에 별로 구애받지 않고 지역주민에게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제공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공공병원은 사회안전망의 하나로 인정받아 왔다. 그렇다고 해서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는데도 자구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는 공공병원 노조의 행태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다. 공공병원의 적자를 메워주는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진주의료원은 2012년 환자 치료로 얻은 수입이 136억원인데 인건비 지출이 136억원에 이르렀다. 의료수입 대부분이 직원 인건비로 들어가는 비정상적인 경영구조다. 경남도가 폐업방침을 발표할 당시 의사 18명을 포함해 244명의 직원이 일하던 이 병원의 지난해 외래환자 수는 하루 평균 200여 명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한 해에만 70억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으며 2012년 말 기준 누적부채는 279억원에 이른다. 공공병원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적자는 불가피하다 해도 진주의료원은 다른 공공병원에 비해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돼 왔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혁신을 위한 경영진단조차 거부했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공공의료 필요성 논란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임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금 낭비를 막는 것은 공공병원의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행정기관의 당연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공공병원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워줘도 아깝지 않으려면 병원이 뼈를 깎는 자기개혁과 서비스 개선으로 지역 주민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공공의료는 지역 주민과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직원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운영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국회의원이 단식투쟁을 벌이고 서울에서 단체로 버스로 이동해 항의시위를 벌일 성격의 정치적 사안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와 세금을 지원받아 운영하는 산하 의료원 간의 문제일 뿐이다. 경남도의회는 다음 주 임시회를 열고 이와 관련한 개정 조례안을 상정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 국회나 중앙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지역 문제는 지역에서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해결하도록 맡겨야 마땅하다. 이번 사태에서 그런 선례를 보여줘야 한다.

 설혹 병원이 문을 닫더라도 경남도는 남은 입원환자들이 추가 진료비 부담 없이 다른 적절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계속 받도록 빈틈없이 조치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놀랐을 환자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건강권을 지켜주는 일은 행정기관의 의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