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사관리|「카운슬러」 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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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내부 업무가 분업화함에 따라 종사원은 완전히 기계적으로 돼 버릴 위험성이 커지고 따라서 기업 경영자도 종사원의 인간적인 속성을 자칫하면 외면하기 마련. 이러한 결함을 시정하고 인간으로서의 「대화의 광장」을 터놓으려는 새로운 노무관리 방식이 최근 선진국에서 채택되고 있다. 이른바 「카운슬러」 제도, 즉 상담역 제도인데 말하자면 종사원의 인간적인 고뇌를 들어주고 이를 해결해 주는 상담역을 두어 몸의 병이 아닌 마음의 병을 치료해 주는 것.
회사의 상담실을 찾아와서 털어놓는 내용의 75% 이상은 자기 신변에 관한 일이며 직장에 관한 것은 25% 미만. 기술혁신과 경영합리화를 통해 「오토메이션」화 하면 할수록 단순화된 작업을 되풀이하여 종업원은 어느덧 인간의 본연을 잊고 따라서 일할 의욕을 잃게 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에 복잡한 집안 사정이 얽혀들게 되면 일의 능률이 떨어질 것은 당연한 일. 상담역을 찾아와 신변잡사를 의논하는, 예컨대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던가 집주인이 셋방의 세를 더 올려 달라고 한다든 가 하는 종업원의 하소연을 듣고 적절한 조언으로 그 고민을 덜어 주는 것이 곧 기업의 효율적인 운영에 직결된다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어보더라도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기업은 1백개사 이상에 일본 산업 「카운슬러」 협회까지 등장하는 판이니 확실히 보편화해 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와 같이 상담 제도가 보편화되고 또 좋은 결과를 얻게 되자 수천명의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은 2, 3명 정도의 상담역으로는 그 힘이 미치지 못해 요즘에는 직제 「카운슬러」를 양성하기까지 한다. 말하자면 말단 종업원과 가장 가까운 반장·계장들을 모아 3, 4일간 「카운슬링」 교육을 실시, 교육을 받은 책임자로 하여금 기계적인 조직보다는 「인간관계」에 역점을 두고 서로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도록 하여 일의 능률을 상당히 올리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기 위해 고안한 위장전술이라고 공격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새로운 노무관리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듯―.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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