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리 독창회에의 기대 - 채선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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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7년 전의 독창회에서 성악가의 확고한 기틀을 자랑한 「메조·소프라노」 전승리씨가 거듭 도미연마의 성과를 귀국 독창회에서 보여 들려주게 된 것은 그 의의와 기대가 사뭇 크지 않을 수 없다. 그가 들려주었던 「브람스」의 「네 성서가」 「하이든」의 「인어의 노래」 「팔라」의 「일곱 개의 서반아 민요」의 강한 인상이 내 마음에 오래 침전된 채 인생을 음미케 하고 삶의 진리처럼 되살아나고 있다는 사실은 그가 성악가로서 체계 있는 기교와 사상으로 승화된 음악관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의 꾸준한 연구는 「레퍼터리」의 넓은 폭으로도 알 수 있지만 근대 및 현대가곡으로도 「포레」 「쇼송」 「라벨」 「볼프」 「힌데미드」 「찰즈·아이브스」 에 이르고 있다.
그는 노래 이외에도 가사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성악가인데 「메리케」나 「뢰게르트」의 시를 애창하는 필연성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번 독창회는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레퍼터리」로 짜여 있지만 「펠고레지」 「브람스」 「볼프」의 음악적 심상에의 공명은 물론이거니와 「히나스테라」의 「다섯 아젠틴의 노래」로 「차카레라」 「슬돔」 「잠바」 「자장가」 「가토」가 불러져 토속의 정취가 흐뭇히 느껴질 것이고 「라벨」의 「마대가세」 흑인의 노래로 「여인의 이름」 「아우야! 백인을 경계하라」에서는 이민족의 뼈저린 수난과 호소가 뜻깊게 부각될 것이다. 따라서 그의 노래는 종교적인 마음의 안식에서부터 삶의 애환을 어루만지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흐뭇한 인간가족의 노래인 것이다. <이대 교수·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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