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많던 군위 경찰서, 백기 펄럭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경북 군위군청에 설치된 통합관제센터에서 근무자들이 CCTV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군위군은 인구 1만9700여 명이다. 전국 253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끝에서 여섯째다. 군위군은 인구가 적은데도 이틀에 한 번꼴로 범죄가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만 살인·성폭행 등 범죄 179건이 발생했다. 인구가 비슷한 전북 장수군(120건·1만9293명)에 비해 범죄 발생률이 훨씬 높다.

 올 들어 군위군은 확 달라졌다. 이달 1일까지 살인·성폭행 등 강력 범죄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좀도둑만 8건이 있었다.

 지난달 25일 군위군을 찾았다. 비결은 CCTV(폐쇄회로TV)였다. 중앙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군위읍에 들어서자 수서리·금구리 마을이 양 옆으로 펼쳐졌다. 마을 입구엔 3m50㎝ 높이에 CCTV가 두 대씩 세워져 있었다. ‘CCTV 촬영 중’이라는 글씨가 눈에 띄었다. 군위군 180개 마을에 모두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이익훈(51) 군위경찰서장이 ‘범죄 지자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낸 아이디어다. 이 서장은 지난해 3월 장욱(59) 군수와 협의를 거쳐 모든 마을에 CCTV를 달아 24시간 지켜보기로 했다. 군은 17억8800만원을 들여 지난해 6월부터 마을 입구와 주요 도로에 한 대에 250만~2000만원을 주고 CCTV를 달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CCTV는 기존 108대에서 363대로 크게 늘어났다. 주민 53명에 한 대의 CCTV가 달린 셈이다. 인구가 비슷한 강원도 화천군(140대·2만2015명)보다 배 이상 많다. 인구 대비 전국에서 CCTV가 가장 많은 지역이 된 것이다. 군청에는 141㎡ 크기의 관제실도 마련했다. 직원 10명이 모니터 26대로 CCTV를 주시한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올 들어 범죄는 1월 0건, 2월 6건, 이달 1일까지 절도 8건만 발생했을 뿐이다.

 그동안 범죄가 많았던 것은 군위군이 대구와 이어지는 중앙고속도로, 구미로 연결되는 국도 25호선과 맞닿아 있어서다. 범인 10명 중 8명이 대구·구미 등지에서 온 외지인이었다. 군위경찰서 김교희(51) 생활안전과장은 “시골 치곤 접근성이 좋아 도시 범죄자가 범행을 저지른다”며 “올해는 CCTV를 보고 범행을 포기하면서 범죄가 줄었다”고 말했다. 산불감시원 70여 명과 주민순찰대 300여 명도 수상한 외지인을 보면 적극 신고한 것도 범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CCTV는 좀도둑을 잡는 데도 효과가 있었다. 지난 2월 28일 군위읍 하곡리 박모(79)씨 집에 도둑이 들었다. 25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경찰은 마을 입구에 설치된 CCTV를 활용해 13시간 만에 김모(46)씨를 붙잡았다. 주민들이 1t 포터 차종을 확인해 신고했고 차량 번호는 CCTV에 찍혔던 것이다.

 군위읍 서부1리 이고시(67) 이장은 “CCTV가 마을 진입로에만 설치돼 사생활 침해 문제도 없다”며 “마을 앞에 장승이 서 있는 것처럼 든든하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