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인사와 성관계" 대학원생 C양, 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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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자 윤모(52)씨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이 번복되거나 엇갈리기 때문이다. 김학의(56) 전 법무부 차관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영상마저 증거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우선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씨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내사 단계에서 “윤씨가 사회 유력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했으며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 등으로부터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씨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과는) 5년 전부터 연락하고 지낸 사이지만 성접대나 동영상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윤씨가 언론을 상대로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윤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26일 “단순히 동영상 하나 확인하려고 윤씨를 불러 조사하면 자칫 수사 전체를 그르칠 수 있다”며 “성접대 외에 다른 금품이 건네진 것은 없는지 등 대가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윤씨를 성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던 여성사업가 권모(52)씨의 진술과 행동도 신뢰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권씨는 지난해 말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윤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수사팀은 윤씨와 권씨를 내연관계로 파악하고 성폭행 혐의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했다. 실제 윤씨와 권씨는 간통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권씨는 또 윤씨 주변의 다른 남성들과도 친분 관계를 맺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께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공무원 P씨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등 윤씨 주변 인물들과도 자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업자 강원도 소재 별장

 특히 권씨와 함께 윤씨의 별장에 간 것으로 알려진 대학원생 C씨는 최근 진술을 번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경찰의 내사 초기 단계에 “동영상 속 인물이 유력 인사가 맞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C씨는 경찰에서 “유력 인사와 직접 성관계를 맺은 적도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C씨는 전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별장에 갔을 때 (성접대 등) 파티하거나 그런 모습은 못 봤다”며 “거론되는 유력 인사의 이름들도 모른다”며 말을 바꾸었다.

 경찰이 결정적 증거라고 봤던 ‘성접대 동영상’마저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해상도가 낮아 얼굴 대조 작업에서 (김 전 차관과의) 동일성 여부를 논단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분석 결과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동영상의 출처도 불분명한 상태다. 당초 이 동영상은 대부업자 P씨가 발견해 사업가 권씨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P씨가 권씨의 부탁을 받고 자신의 운전기사를 보내 윤씨의 벤츠 승용차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발견된 CD 7장에 동영상이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P씨의 운전기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벤츠를 찾으러 갔을 때 발견된 것은 음악 CD였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이 확보하고 있는 2분30초 분량의 동영상은 권씨가 제출한 것이다. 노트북 화면을 휴대전화로 재촬영해 화질이 좋지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 동영상의 원본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강현·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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