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감면 줄여 5년간 15조원 마련 소득공제도 축소 … 근로자 부담 늘 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올해부터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소득공제를 대폭 축소하고 비과세와 세금 감면 혜택을 연 평균 3조원이나 줄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향의 ‘2013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135조원에 달하는 박근혜 정부 공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세청이 18개 전문직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선 데 이은 ‘세수 확보 2탄’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부터 비과세·감면(조세지출) 제도를 대폭 폐지해 현재 30조원으로 유지되고 있는 조세지출 규모를 현재보다 10% 줄어든 27조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5년간 15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점차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소득공제는 과세 대상 소득 중 일정 금액에 대해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을, 세액공제는 소득에 세율을 적용해 산출된 세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것을 말한다.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라는 새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과표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혜택이 많은 소득공제를 줄여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이유에서다. 소득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기존 인적공제나 다자녀 추가공제 제도가 정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은 봉급생활자를 비롯한 중산층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 고소득층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간접 부자증세’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특히 1550만 명에 달하는 근로소득자가 혜택을 보는 소득공제 제도를 손볼 경우 조세 저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그만큼 저소득층은 세액공제를 통해 실질 혜택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이미 근로자의 절반 정도가 과표 기준 미달이라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득공제의 조정 항목은 광범위한 검토를 거쳐 오는 8월 세법개정안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비과세·감면제도는 한 번 만들어지면 해마다 일몰(운영 시한)이 돌아와도 연장을 통해 영속화했다고 보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하나 만드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과 같다”며 “이 제도는 한 번 만들면 계속 뒤를 봐줘야 하고, 없애려면 이해관계자들이 마치 자신의 생명을 끊는 것으로 받아들여 반발하고 나선다”고 말했다. 올해도 기존에 운영 중인 111개 항목과 별도로 각 정부부처가 115개 항목의 비과세·감면 항목을 추가로 재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이들 항목에 대한 대폭 구조조정에 나선다. 그만큼 관련 당사자의 세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재정부는 부처이기주의로 구조조정을 독려하기 위해 ‘3중 장치’를 마련했다. 우선 올해부터 조세지출 성과관리제도를 시행한다. 이는 과세 관청에서는 개별 조세지출 항목에 대해 규모별·업종별·기업형태별로 조세지출과 관련된 실태와 정보를 산출해 재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마치 공기업을 평가해 기관장 임면 기준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비과세·감면 제도의 성과를 계량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조세지출 기본계획’의 국무회의 심의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올 1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비과세·감면을 통해 세금을 깎아주려면 대통령이나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감사원의 비과세·감면 제도 운영 실태 점검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감사원의 실태 점검 결과가 나오면 국회와 각 부처 로비를 차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타래처럼 얽힌 30조원에 달하는 이해관계를 정부가 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비과세나 세금 감면 폐지는 세목 신설보다도 어렵다는 게 정부 안팎의 통설이다.

 재정부는 올해 1차연도에는 2조원 규모를 감축시킨 뒤 내년부터는 5조~6조원씩 줄여 박근혜 정부에서 모두 15조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감축 대상은 전체 조세지출 항목 226개 가운데 올해 일몰이 돌아오는 44개 항목이다.

김동호 기자

◆조세지출=비과세·감면과 같은 말이다. 정부가 받아야 할 세금을 받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부가 지출을 하게 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말이다. 정부가 조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돈을 쓰는 예산 지출과 대칭되는 개념이다. 즉 올해 정부가 거두어들일 수 있는 국세는 246조2000억원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29조8000억원은 아예 정부 금고에 들어오지 않고 비과세·감면을 통해 기업과 국민에게 지원된다. 숨은 보조금(hidden subsidies)이라 부르기도 한다.

[관계기사]

▶부동산 분양시장의 '속병' 다시 깊어지고 있다
▶절망의 부동산 시장… '묘수가 없다'
▶과거 전두환 정부는 '주택 500만 호'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