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손톱 밑 가시보다 더 중요한 국내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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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우리 기업의 투자자금은 자꾸 해외로 빠져나가고, 외국 기업의 국내 직접 투자는 제자리걸음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일자리 창출은 정치적 구호일 뿐, 신기루에 지나지 않게 된다. 대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설비투자는 연평균 4% 증가한 반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연평균 17% 이상 늘었다. 지난해는 해외 투자가 26조1000억원으로, 국내 투자(107조3000억원)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동향에서도 똑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투자금은 236억 달러인 반면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직접투자는 50억 달러에 그쳤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 기업들의 해외 투자 확대는 당연한 현상이다. 해외 현지 생산을 위해, 또는 보다 싼 양질의 노동력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쓰나미가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빠르고 격렬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투자자금 순(純)유입국이었다. 2005년 처음 순유출국이 된 뒤 8년간 누적된 순유출액이 111조원을 넘어섰다. 통상 국내에 10억원을 투자하면 평균 12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산업연관표에 대입하면 무려 130여만 개의 일자리가 증발한 셈이다.

 국내 설비투자는 지난 3분기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해외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저성장을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다. 이대로 가면 아무리 손톱 밑의 가시를 열심히 뽑아도 일자리 창출은 기대할 수 없다.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 위한 해법은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쏟아냈던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대한상의는 이를 규제 완화, 역차별 해소, 유턴(U-turn) 기업 지원, 기업가 정신 고취의 네 가지로 정리했다. 복잡한 행정규제와 전투적인 강성노조, 까다로운 환경운동에 넌더리 치면서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을 돌려세워야 한다. 이들이 국내에 마음 놓고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데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미국과 일본도 해외로 나갔던 기업이 돌아오고, 국내 투자가 늘면서 경제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