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누리당에서도 터져나오는 인사 문책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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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고 나면 또 낙마(落馬)다. 어제는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기업의 이익을 대변한 대형 로펌 출신이라 적격성 논란이 인 데다 수년간 해외에 수십억원대 미신고 계좌를 운용한 의혹까지 불거져서다.

 이제 낙마자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한 후보자까지 12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까지 포함할 경우 13명으로 는다. 야당에서 “낙마 축구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란 비아냥까지 나올 정도다.

 그간 청와대의 일이라면 입을 봉했던 새누리당 지도부도 쓴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엊그제 당 대변인이 문책론을 제기한 데 이어 박근혜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서병수 사무총장도 어제 공개적으로 “제도 개선과 필요하다면 관계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지금의 총체적 인사 난맥상에 대한 온당하고도 당연한 요구다. 문제는 관계자가 누구까지인가일 터다. 우선 곽상도 민정수석부터 거론된다. 인사 검증을 전담하는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그의 직속이기 때문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추문 의혹은 이미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였고, 탈루 의혹을 낳은 한만수 후보자의 종합소득세 지연 납부는 기초적인 납세자료만 봐도 의구심이 들 사안이었다. 후보자들이 부인한다고, 또는 밝히지 않는다고 덮어둘 일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민정 라인은 후보자의 낙마가 정권에 줄 부담을 예견해 치열하고 치밀하게 검증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안 그랬거나 못 그랬으니 여당 의원이 대놓고 “민정수석의 역량이 중대한 일을 감당하기에 영 안 된다고 한다면 지금이라도 바꾸는 게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거다.

 일각에선 정무 라인도 의심의 눈초리로 본다. 인수위 단계에서 이재만 총무비서관의 도움을 받아 검증팀을 지휘한 이도, 이달 중순 한만수 후보자에게 지명 사실을 통보한 이도 이정현 정무수석이기 때문이다. 김학의 전 차관 건을 두고 “차관 임명 당일까지 청와대에 수사나 내사를 한 적이 없다고 공식 보고했다”는 경찰이 그의 직속이기도 하다.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과 일부 수석들이 멤버인 인사위원회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논란이 있는 인사들이 그대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았다는 건 인사위의 집단 판단력에 문제가 있거나, 대통령에게 “낙마 소지가 있다”고 보고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대통령의 마음을 돌릴 정도로 설득해내지 못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참모로선 보좌에 실패한 거다. 더욱이 참모 대부분은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 집행하는 데 급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 않은가. 자칫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소지가 큰 셈이다.

 새누리당은 어제 최근 인사를 두고 “집권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죄송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정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청와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