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 정가의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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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청와대>
○…정미의 새아침 - 서설이 조용히 내려 깔린 청와대는 아침부터 하례객들로 붐볐다.
연미복을 입은 박 대통령과 자주색 치마 저고리를 가볍게 받쳐입은 육영수 여사는 연방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하례객들과 악수를 나누며 「전진의 해」를 다짐했는데 예년과는 달리 한복을 입은 하례객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특색.
5백여명을 넘는 하례객들을 근3시간 동안이나 맞이하던 박 대통령은 특히 과거 혁명 동지로서 같이 일해오다가 지금은 재야의 몸이 된 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과 박원빈 전 최고위원이 작년까지는 얼굴을 보이지 않다가 이날 처음으로 나타나자 온갖 감회가 솟구치는 듯 굳은 악수를 나누면서 근황을 묻기도 하고 장래를 축복해주기도….

<해운대>
○…연초 연휴를 이용해 해운대와 제주에서 정양한 박 대통령은 사흘동안 낮에는 「골프」, 저녁엔 조용히 생각하는 일과로 일관….
서울을 떠난 다음날인 2일 해운대서 제주로 건너가 바로 「골프」장으로 갔으나 「사람이 날 정도」(구태회 의원의 말) 의 눈보라 때문에 중단, 3일 다시 해운대로.
이곳에 와 여장을 푼 뒤 하오와 4일 상오 두 차례에 걸쳐 「골프」에 출격.
「핸디」28의 박 대통령은 같은 「핸디」인 현오봉 의원이 제일 만만하다하여 붙잡는 바람에 일행은 자연 박 대통령, 김성곤 (「핸디」9) 현오봉, 조시형 의원 (28)이 1조, 김 당의장(18) 길재호 사무총장(18) 구태회 의원(8)의 2조로 나뉘었다.
○…박 대통령을 수행한 면면이 이른바 신주류의「키·멤버」인 탓인지 일행은 전례없이 친근한 「포즈」.
1일 저녁엔 숙소인 극동 「호텔」식당에서 밤늦게까지 마시다가 다시 김 당의장 숙소에서 연장전을 벌인 끝에 주량이 약한 순으로 KO 속출, 새벽까지 남은 이는 김 당의장·김성곤·조시형 의원등 셋 뿐.
또 3일이 마침 김 당의장 생일이어서 제주관광「호텔」에서 박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가 조촐한 생일 잔치를 베풀었는데 박 대통령은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 자리에서 『서울에서 보내는 것보다 눈보라 치는 이곳에서 생일「파티」를 보내는 것도 별미야』하고 김 의장의 어깨를 두들기기도….【해운대=김영수 기자】

<공화당>
공화당의 신년 하례식은 5백여명의 하객들이 붐비는 가운데 어느 정당보다도 국회의원 공천 문제 등 선거 얘기로 열을 올려 이채….
1일 상오 10시 공화당사 제1회의실에서 가진 하례식에서 김종필 당의장은 『올해를 승리의 해로 만들자』고 총선에서의 압승을 앞세워다짐. 뒤이어 마련된 「칵테일·파티」서는 2백여명의 공천 희망자들이 김 당의장 주변으로 몰려들어 인사를 겸한 설득 공세를 펴는 바람에 한동안 혼잡을 이루기까지.
한편 한쪽에선 김 당의장 부인 박영옥 여사를 중심으로 30여명의 부인들이 따로 모여 역시 정치 얘기를 주고받기도.

<민중당>
○…민중당원들은 1일 상오 11시 중앙당 옥상에서 새해 단배식. 대통령 후보 유진오씨는 『우리 헌정사에 평화적 정권 교체를 기록하는 것을 올해의 보람으로 합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단결하여 다가올 총선거에 총력을 기울입시다』라고 새해인사. 단배식이 만세 삼창으로 끝나고 모두가 주효가 마련된 3층 회의실로 내려갈 때 몇몇 청년당원들은 옥상의 눈덩이를 던지며 『이 눈을 맞는 사람은 이번 선거에서 꼭 당선된다』고 웃기기도….

<신한당>
○…신한당은 1일 낮12시 당사에서 윤보선 총재 김도연, 정일형 고문 등 당간부들과 당원 2백여명이 모여 신년 단배식을 가졌다. 윤 총재는 『금년 총선거를 통해 우리의 운명을 전환시키자』고 당원들을 격려했는데 식이 끝난 후 간부들과 당원들은 청주에 과자를 씹으며 새해 인사를 나누었으나 마음은 모두 앞으로 닥칠 선거에 있는 듯, 『올해에는 꼭 당선되십시오』 라고.
특히 이날 단배식에는 김호정 유세부장의 딸이 나와 축가로 「오·마이·파파」를 불러 당원들은 모두 흐뭇한 표정.

<야당 수뇌댁>
○…당사에서 가진 단배식과는 별도로 민중·신한 두 야당 인사들은 각각 당수뇌들을 집으로 찾아 세배를 했는데 하객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기는 윤보선 신한당총재, 유진오 민중당 대통령후보, 허정 민중당 고문댁.
윤씨댁은 아침 일찍부터 평소에는 열지 않는 솟을 대문을 활짝 열고 하객들을 맞았는데 당원들 외에도 민중당의 고흥문 사무처장, 이중재 대변인도 윤씨댁을 찾아 옛정(?)을 나누었다.
필동 유씨댁에는 아침부터 당간부를 비롯한 정치인들과 대학교수, 제자들이 몰려들어 새해 인사를 드렸는데…. 30년이 넘는 교직 생활 때문인지 정계 인사들에 비해 학계 인사와 제자들이 훨씬 많았고.
그리고 허씨댁은 과거에 인연이 깊었던 관계 인사들과 당간부들이 찾아와 술을 나누며 조용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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