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부터 국민 SUV까지… 뭘 타든 ‘믿고 타는 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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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2013 중앙일보 올해의 차’ 2차 심사가 진행됐다. 디자인·주행성능뿐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까지 엄격한 심사를 받은 최종 후보 차량 16대가 시험용 도로 위에 줄을 맞춰 서 있다. [김상선 기자]

“최고의 연비와 실내 디자인이 돋보이는 작은 거인.” ‘2013 중앙일보 올해의 차(Car of the Year·COTY, 이하 코티)’로 선정된 푸조 208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다. 이달 9일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모인 심사위원 15명 중 13명이 이 차에 종합점수 80점(100점 만점) 이상을 줬다. 평균 점수 84점으로 전체 1위. ‘귀요미(귀엽다는 의미의 애칭)’라고 불리던 배기량 1600㏄짜리 2000만원대 소형 해치백이 당당히 2013 코티의 영예를 얻었다.

 나윤석(전 폴크스바겐 제품기획팀장) 심사위원은 “이전 모델에 비해 차체 중량을 150㎏ 감량했는데 주행 시 접지력도 좋다”고 평가했다. 구상(한밭대 공업디자인학과 교수) 심사위원은 “질감을 잘 살린 인테리어 등 프랑스 특유의 디자인이 장점”이라며 높은 점수를 줬다. 지난해 11월 국내에 선보인 푸조 208은 복합연비가 21.1㎞/L(208 1.4 e-HDi 5도어 기준)로 국내 출시된 모든 차종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연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채택한 수동 기반의 전제제어(MCP) 변속기 때문에 “변속 시 차체에 다소 충격이 느껴진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동시에 “이마저도 눈감아줄 수 있을 정도로 소유하고 싶은 해치백”이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푸조 208의 우수성은 본고장인 유럽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아일랜드에서 ‘2012 아이리시 코티’ 소형차 부문에 선정된 데 이어 스페인에서도 ‘2013 최고의 차’로 꼽혔다. 지난해 12월엔 유럽 코티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의 SUV 부문과 네티즌 투표 1위를 차지한 현대차의 싼타페.

 올해의 국산차에 오른 기아 K9은 국산 승용차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기아가 공들여 개발한 최상위 모델인 만큼 가속, 제동, 고속주행 안정성 등 기본적인 성능이 독일 수입차 못지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기범(자동차 칼럼리스트) 심사위원은 “독일차의 장점을 집요하게 벤치마킹한 결실로 보인다”며 “특히 고속 주행 시 안정성이 우수한 편”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심사위원 대부분은 “첨단 편의사양을 지나치게 많이 달아놔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디자인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구상 심사위원은 “출시 초기 일부 수입차를 베꼈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실물로 보니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일부 심사위원은 “독창성이 떨어지는 디자인이 아쉽다”고 밝혔다.

 올해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뽑힌 ‘국민 SUV’ 현대 싼타페는 “중형 SUV시장에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흥행할 가능성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차 심사에서 싼타페는 국산 SUV로는 유일하게 인피니티 JX, 메르세데스 벤츠 ML350, 아우디 Q3 등 쟁쟁한 수입 SUV와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다. 강병휘(크라이슬러코리아 상품담당 과장·KSF 드라이버) 심사위원은 “3세대 만에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춰 탄생한 기대작”이라고 평가했다. 가격 대비 편의장비와 안전장치가 풍부하고 날렵한 측면 디자인이 돋보인다는 평이다. 다만 “고속주행에서 핸들링이 가볍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국내 자동차 전문가 15명이 ‘2013 중앙일보 올해의 차’ 2차 심사에 참여했다. 이들은 차를 타보고 느낀 점을 곧바로 평가표에 옮겼다. 예상 일정을 두 시간 넘기면서까지 꼼꼼한 심사가 이뤄졌다. [김상선 기자]

 국산차와 수입차를 나눠서 평가한 올해의 디자인 부문은 르노삼성 SM3와 아우디 S7이 차지했다. 르노삼성 SM3는 넓은 실내 공간과 준중형차 고객층에 걸맞은 디자인이 돋보였다. 이남석(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심사위원은 “패밀리 세단으로 적당하고 조작이 쉬운 내부 장치”를 장점으로 꼽았다. 반면에 구상 심사위원은 “‘아줌마들의 차’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이 장점이자 한계”라고 평했다. 아우디 S7은 유려한 디자인으로 정평이 난 아우디 A7의 형제모델답게 호평이 이어졌다. 최종 후보에 오른 16개 차종 가운데 디자인 점수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올해의 성능에는 포르셰 911과 도요타 86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김방신(두산 모트롤 대표이사) 심사위원은 “포르셰 911은 성능 면에서 독일 스포츠카의 핵심 요소를 모두 잘 충족했다”고 평가했다. 도요타 86에 대해선 “스포티한 주행 성능 한 가지만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황순하(유엘코리아 대표이사) 심사위원은 “3000만원대 후반이라는 가격에 이런 재미를 주는 차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차 평가에서 이목을 끌었던 인피니티 JX는 이번 행사부터 신설된 올해의 혁신을 차지했다. 7인승 SUV면서도 3열 시트까지 비교적 앉기가 편해 ‘패밀리카’를 원하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정확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함께 신설된 올해의 사용자 편의성 부문에는 렉서스 ES 300 하이브리드가 뽑혔다. ‘패밀리 세단의 진수’라는 명성답게 내비게이션·오디오·블루투스 등 편의장치 사용이 쉬웠다는 평이다. 1차 심사에서 고득점을 했던 BMW 3시리즈는 올해의 친환경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1만 명이 참여한 ‘2013 네티즌이 뽑은 중앙일보 올해의 차’에는 현대 싼타페(득표율 42.2%)가 1위를 차지했다. 기아 K9(26.0%), 르노삼성 SM3(4.5%)가 뒤를 이었다. 네티즌 투표는 심사위원들의 평가와는 별도로 진행됐다.

글=이가혁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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