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탄 쏘고 경관도 들이받아” 주한미군 자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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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와 도주자 지난 2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비비탄을 시민들에게 쏘고 도주하던 주한미군의 차량에 부상당한 임성묵 순경이 4일 서울 잠실본동 서울연합의원에서 취재진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왼쪽 사진). 도주 차량에 타고 있던 C하사(오른쪽)가 4일 소환돼 서울 용산경찰서에 내리며 얼굴을 가리고 있다. 왼쪽부터 C하사 부인, 미군 인솔자, C하사. [김도훈 기자], [뉴시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일 자정 무렵 경찰과 도심 추격전을 벌였던 주한미군들로부터 “이태원에서 시민들에게 비비탄을 쏘고 검문을 피해 달아났고, 경찰관을 들이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당시 도주 차량에 탑승했던 C(26)하사와 여군 F(22)씨를 이날 오후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차량을 운전했던 R(23)상병은 미군 부대 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출석을 미뤘다. R상병은 사건 당시 도주 차량을 운전했으며 추격한 임성묵(30) 순경이 쏜 총탄에 어깨를 부상당했다. 이들 주한미군은 경찰 조사에 앞서 진행된 미군수사대의 조사에서 “아랍인에게 총을 맞고 차량을 빼앗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이 탔던 차량이 이날 오전 서울 문배동의 한 고가도로 아래에서 발견되면서 이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번호판이 뜯겨져 차 안에 숨겨져 있었다”고 말했다.

차 내부에서는 주한미군들이 시민들에게 쏜 것으로 보이는 비비탄 30여 발도 발견됐다.

 경찰은 운전자 R상병을 소환조사한 후 이들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해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왜 이들이 검문에 응하지 않고 도주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며 “음주나 약물 복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혈액·머리카락 등을 채취해 약물반응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글=이유정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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