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바이얼린」독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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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음악의 요소「멜러디·리듬·화음·음색」중에서도 감동을 유발시키는 직접적인 요소는 선율이다.
특히 「바이얼린」이라는 악기는 투명한 음색과 음표현이 섬세하고 다양한 선율악기로서 특출한 악기인데 고도의 완숙한 기교의 구사로 청중을 열광시킨 「리치」의 독주회(11일밤·시민회관)는 오랜만에 이 악기의 진가를 재인식케한 희귀한 음악회였다. 그가 1급 「바이얼리니스트」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중에서도 기교파임은 「레퍼터리」에서 나타난다.
난곡중에서도 지난한 곡으로 손꼽히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와 「바르토크」의 「무반주 바이얼린 소나타」등을 완벽에 가깝게 제압해 버리는 놀라운 능력을 그는 지녔다.
그는 「바흐」의 「파르티타」에서 색과 선이 충만한 마술과 같은 연주로 지성적인 고전의 우미를 나타냈고 「바르토크」의 「소나타」에서는 감각적인 근대의 미를 살렸다. 과장도 없고 무리도 없으며 실오라기만한 혼란도 없는 그의 연주는 어떤면에서는 차가운 냉기마저 감돈다.
기술이 표현의 수단이라고는 하지만 악기라는 도구가 꾸며내는 기계적인 활동으로 착각할이 만큼 「리치」의 정신면을 잊고 생각되는 것은 너무나 완벽한 기술때문일까?
이날의 종곡 「브람스」의 협주곡을 협연한 시향(지휘 김만복)은 무난히 받쳐준 호연이었다.

<동양방송=남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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