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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회담에 임하는 태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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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오는24, 25 양일에 걸쳐 「마닐라」에서 개최되기로 확정을 본 월남참전 7개국수뇌회담에 대비하여 외무당국에서는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은 7개 목적과 6개 의제를 작성하고 박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회의에 임하는 한국 측의 기본 태도로서 외무당국은 이 모임의 명칭을 「월남지원국 정상회담」으로 하고, 참전국을 연합국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태평양 방위체」구성을 제의하기로 결정하였다 한다. 동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내다보이는 ⓛ월남군사정세검토와 협조방안 ②월남의 정치·경제사정검토 ③월남정부의 구체적 계획과 지원방안검토 ④월남전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참전국 공동입장의 설정 ⑤참전국간의 협의방법 ⑥태평양지역의 안전문제 등의 6개 의제는 「마닐라」회의에 초청된 7개국간에 이미 합의를 본 듯하다.
월남전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서나 또한 조속한 평화적 해결을 위하여 이러한 문제를 중심으로 참전국의 긴밀한 협조가 아쉬웠다는 점으로도 금반의 「마닐라」정상회담은 오히려 만시지탄 마저 있다고 느껴진다.
그러나 「마닐라」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의 대비책은 정부당국에 의한 최종승인에 앞서 고려되어야할 문제점과 거쳐야만 될 민주적 절차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마닐라」회담은 박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뿐 아니라 「존슨」미대통령을 비롯한 참전7개국의 국가수뇌들이 회동하는 역사적 중대성을 지닌 국제회의라는 점에서 그렇고 또한 「태평양공동방위체」와 같은 중대제안이 한국 측에 의해서 추진될 것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그렇다.
첫째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정도의 중대성을 갖는 국제회의라면 외무부실무자급에서 그 의제와 대비책이 작성되어 결정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국제회의에 임하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원의 표시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동「마닐라」회의가 결과적으로 가져오게 될 지도 모르는 국가이익의 중대 득실면을 고려하더라도 외무부실무자급에서 책임지기에는 너무나 심각하고 벅찬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비공개라도 좋으니 국회외무위원회에서의 논의를 거쳐야되었다고 믿어지며 가능한 범위에서라도 여·야 지도층간에 사전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둘째로 실질적인 이해득실은 고사하고라도, 일국의 대통령이 그러한 국제회의에서 직접 제의할 제안이라면 「태평양 공동방위체」와 같은 구상은 미리 발표되어서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된다. 그러한 구상에 대하여 막후에서 관계국간에 사전 합의가 있는 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로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구상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
따라서 「마닐라」정상회의에서 「태평양 공동방위체」안이 반드시 수락·결정되리라는 보장이 없을뿐 아니라, 지금의 정세로는 구체안으로의 정식토의조차가 꼭 있으리라는 확신도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다면 박대통령에 의해서 동방위체안이 제의될 때, 난관을 겪게된다든지 또한 최악의 경우 만약 보류나 거부가 된다면 대통령의 위신과 우리의 국가위신에 어떠한 영향이 미치게 되리라는 점이 왜 신중하게 고려되지 않았던 지를 안타깝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세째로, 「태평양 공동방위체」와 같은 지역적 집단방위기구가 발휘할 수 있는 기능은 지금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개별적 상호방위조약을 강화하느니만 못하다는 점에 대하여는 새삼 논급하고싶지 않거니와, 「태평양 공동방위체」의 경우도 언젠가의 동북아 동맹안이나 마찬가지로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이는 실효를 거둘 수 없는 한편, 일본이 참여하는 집단방위체제는 우리의 「이니시어티브」로 이루어지는 경우라 하더라도 일본에 의해서 일본을 위한 기구가 되고 말 것이라는 점을 보다 심각하게 고려하도록 당부해 마지않는다.

<민병기씨><필자·고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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