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 100만배 들여다보기] 3. 소행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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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지난해에는 소행성 관련 뉴스로 몇 차례 소동이 일어났다. 지름 2㎞짜리 소행성이 2019년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이 발표됐다가, 다시 계산한 결과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명됐다.

그런가 하면 6월14일에 축구장만한 소행성이 달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를 통과했는데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외신이 발표되기도 했다.

지구는 45억년 동안 크고 작은 소행성과 혜성 등의 '폭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찾아낸 지구 표면의 충돌 흔적은 2백여개. 그러나 많은 충돌 흔적이 대륙 이동에 따라 지각 밑으로 들어갔거나, 오랜 세월 비바람과 물에 씻겨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됐을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는 2백여회보다 훨씬 많은 충돌이 있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지표면에 남은, 분화구처럼 생긴 충돌 흔적(운석구라 부른다)에는 지름 5m도 안 되는 작은 것이 있는가 하면 3백㎞ 가까운 거대한 놈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는 이 거대한 충돌 흔적은 약 20억 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으며, 충돌을 일으킨 소행성은 지름 약 15㎞로 추정된다.

소행성의 위력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10㎞급의 충돌 에너지는 히로시마 원폭의 약 30억 배.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물을 멸종시킬 수 있다. 1백m만 돼도 도시 하나를 파괴하기에 충분하다.

2억5천만년 전 지구에서는 바다 생물의 90%가 돌연 자취를 감춘 사건이 일어났다. 얼마 전 호주 서부에서는 바로 이 때 형성된, 지름 1백30㎞ 운석구가 발견됐다.

이 흔적을 남긴 소행성이 멸종의 주범이라는 증거도 속속 나타났다. 6천5백만년 전에 일어난 또 다른 충돌이 공룡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음은 잘 알려진 얘기다.

지구 대기는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한다. 초속 15~30km의 속도로 돌진하는 작은 소행성이 대기와의 마찰로 뜨겁게 달궈져 내부에서 급속한 팽창이 일어나서는 터져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미군의 핵폭발 경보 시스템에는 매년 5~10건씩 소행성(또는 혜성)의 공중 폭발이 감지되고 있다.

소행성의 고향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 이 지역에는 지름이 1천㎞에 이르는 '세레스'로부터 수m 짜리 작은 돌덩어리에 이르기까지의 소행성들이 띠 모양으로 빙 둘러 있다. 이 가운데 1km보다 큰 것은 대략 백만 개라고 추정된다.

이들 대부분은 안정된 궤도를 따라 태양 주위를 돌지만, 다른 행성이나 소행성의 중력 때문에 본래 궤도를 벗어나 지구와 다른 행성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

소행성대에 속한 소행성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커다란 행성이 깨진 파편이라고 생각된다. 조각 난 바위처럼 삐죽삐죽한 놈들이 많다는 점이 그 증거 가운데 하나다. 소행성 중에 지름이 1㎞보다 작은 것은 어둡기 때문에 지구 가까이 접근하지 않는 한 발견하기 어렵다.

21세기 천문학자들이 고작 1m급 망원경을 가지고 소행성 탐색에 매달리는 현실을 고려할 때, 1㎞보다 작은 소행성은 대략 충돌 1~2년을 앞두고서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위협을 코앞에 닥친 뒤에야 알 수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한국 등 12개국이 공동으로 소행성 감시 노력을 펼치자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연세대 공동연구팀은 최근 24시간 하늘을 감시해 스스로 새로운 소행성을 찾아내는 지능형 로봇 망원경을 자체 개발했다.

2002년 4월 이 망원경을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천문대에 설치했다. 앞으로는 호주.칠레 등 세계 곳곳에 설치해 온 하늘을 24시간 감시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외국 천문학자들도 그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설명>
미국 애리조나주의 배린저 운석구. 지름 50m짜리 작은 소행성이 충돌한 자국인데도 지름이 1.2km이고 깊이는 2백m에 달한다. 약 5만년 전에 생겼다. 원내는 화성~목성 사이 소행대에서 태양 주위를 공잔하는 소행성 가스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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