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도 실업급여,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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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신용길(61)씨는 2005년 부산시 부산진구 전자도매상가에 39㎡(약 12평) 크기의 가게를 냈다. 건설현장 등에서 쓰이는 무전기와 폐쇄회로TV(CCTV)를 팔았다. 처음 해 보는 사업이었지만 관련 업계에서 10여 년간 일했던 터라 큰 걱정은 없었다. 실제 개업 직후에는 장사가 잘됐다. 혼자 영업을 했지만 한때 연매출이 2억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가라앉고 무전기 대신 휴대전화 사용이 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불안해진 신씨는 지난해 1월 ‘자영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직장인들처럼 매달 보험료를 내고 폐업을 하게 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였다. 신씨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먼저지만 ‘혹시나’ 하는 심정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1년여 뒤인 지난달 신씨는 7년 넘게 운영해 온 가게 문을 닫았다. 매출이 월 10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가게 임대료(월 20만원)를 내는 것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손’은 아니었다. 매달 5만1970원씩 꼬박꼬박 보험료를 부어 온 덕에 석 달간 월 115만원의 실업급여를 받게 됐다. 신씨는 “버팀목이 있다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훨씬 덜하다”며 “3월부터 컴퓨터학원을 다니며 새 일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월 도입된 자영업자 고용보험의 첫 수급자로 신씨가 선정됐다고 21일 밝혔다. 자영업자 고용보험은 실업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한 제도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50인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자영업자에 한해 사업 개시 후 6개월 이내에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월 3만4650~5만1970원의 보험료를 1년 이상 낸 뒤 경영이 악화돼 폐업하면 가입기간에 따라 90~180일까지 실업급여를 준다.

 아직 가입자는 많지 않다. 2011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자영업자는 총 465만 명이고, 이 중 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총 367만 명이다. 반면 지난달까지 자영업자 고용보험 가입자는 2만5338명으로 채 1%가 안 된다. 제도 도입 전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의 가입 기한이었던 지난해 7월까지는 한 달에 최대 1만 명 이상이 가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가입자가 줄며 최근 석 달간은 월평균 400여 명 수준이다.

 고용부는 첫 수급자가 나온 것을 계기로 가입자가 늘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입자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현 제도가 강제성이 없는 임의 가입 형태고 회사와 근로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내는 일반 고용보험과 달리 가입자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하는 구조여서다. 장사가 잘되는 사람은 보험이 필요 없다는 생각에, 장사가 안 되는 사람은 보험료가 부담돼 가입을 망설인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박사는 “일할 의지가 있는 사람에 한해 세금으로 생계비를 지급하며 취업교육을 시키는 ‘한국형 실업부조’를 확대해 자영업자 고용보험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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