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찾사’ 들어가면 귀농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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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북 의성군 다인면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권용일(56)씨는 지난해 6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블루베리 나무가 자라 매출 1억3000만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의성을 떠난 뒤 울산 현대중공업과 경기도 이천 하이닉스 반도체에서 근무하다 2009년 귀농했다.

 그는 막 귀농해 고향도, 농사 일도 낯설고 서툴 때 우연히 인터넷을 뒤지다가 한 카페를 발견했다. 귀농 카페 ‘의성을 찾는 사람들’(cafe.daum.net/usrf)이었다.

 권씨는 “이름만 봐도 반가워 들렀는데 귀농 초기 정착 과정에 고마운 정보원이 됐다”고 말했다. 의성군청의 행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었고 처지가 비슷한 귀농인들이 농사 기술과 체험을 카페에 올려 바로 벤치마킹할 만한 게 많았다”고 말했다.

 귀농·귀촌 카페 ‘의성을 찾는 사람들(이하 의찾사)’이 지난 15일로 개설 5년째를 맞았다. 16일에는 회원 100여 명이 모여 5주년을 자축하고 생산한 농산물을 교환했다.

 ‘의찾사’는 카페지기를 맡고 있는 의성군 농업기술센터 김원영(53) 농업경영계장이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며 2008년 문을 연 인터넷 공간이다.

 카페 개설 5년 만에 회원은 현재 2000명을 돌파했다. 이미 귀농한 회원과 앞으로 귀농할 예비 귀농자들이다. 귀농을 주제로 한 카페로는 전국을 다 쳐도 열 손가락에 드는 회원 규모다.

 ‘의찾사’는 카페를 통해 농사 기술과 궁금증을 상담하는 것은 물론 귀농·귀촌 자료를 제공하고 교육 안내 등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나아가 그동안 뿔뿔이 흩어져 있던 귀농인을 한자리로 모으는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카페는 오프라인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혀 2011년에는 의성군귀농인연합회를 출범시켰고, 의성군민체육대회 때는 회원들이 두 차례 입장식을 통해 군민들에게 귀농 신고를 하기도 했다.

 ‘의찾사’는 돌아오는 농촌을 실현하기 위해 회원이 50명, 100명, 200명, 1000명, 2000명에 이를 때마다 조촐한 기념식을 열고 여러 가지 행사를 열었다. 의성군의 오지 옥산면 산속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체험을 비롯해 산속 작은 음악회, 시화전, 시낭송회, 윷놀이대회, 두부·김치 만들기 체험, 금봉저수지 빙어낚시체험, 귀농투어, 선진 귀농현장 벤치마킹, 귀농 회원 일손돕기, 귀농 이야기 글쓰기 등 다양하다.

 카페는 특히 예비 귀농인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카페지기가 몸담고 있는 의성군농업기술센터는 귀농상담센터를 설치하고 매일 4∼5팀을 직접 만나 상담한다. ‘의찾사’는 해마다 100여 가구 300여 명을 귀농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의성군의 전체 귀농인은 지난해까지 530여 가구 1570여 명에 이른다.

 김원영 카페지기는 “장차 회원 1만 명 가입이 목표”라며 “아이 웃음소리가 들리는 농촌, 행복한 농촌살이를 돕는 작은 밀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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