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반은 태음인,만성병 잘 걸리는 이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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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 김종열 책임연구원(한의사)이 사상체질 진단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한의학연구원]

지난달 29일 오전. 대전에 있는 한국한의학연구원 의료연구본부 김종열(54·한의사)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그런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급하게 먹은 아침이 얹힌 듯했다. 김 연구원이 개발한 사상체질 진단기로 체질을 알아봤다. 소음인이었다. 김 연구원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위장 활동을 돕는 한약재인 인삼·사인으로 만든 알약과 꿀차를 건넸다. 그는 “소음인은 몸이 차고 소화기능이 약하다”고 말했다. 조금 뒤 체기가 사라졌다. 이날 점심 메뉴도 속을 따뜻하게 하는 닭백숙이었다. 김 연구원은 사상의학의 표준화·과학화에 매진하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그에게 한방진단기기 개발과 사상체질별 건강관리법에 대해 들었다

-한방진단기를 개발한 배경은.

 “서울대 건축학과와 KAIST 토목공학과 졸업 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일했다. 당시 26세였다. 어느 날 축구를 하다 발목을 다쳐 한의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사상의학으로 20년 동안 이어진 설사병을 고쳤다. 이 일을 계기로 박사과정을 밟는 대신 한의대를 선택했고, 사상의학에 매진했다. 연구원에 들어오기 전까지 8년간 한의원장으로도 있었다. 현재는 20명의 연구원과 한의학 진단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또 영국·일본 등 선진국과 사상체질의 근본적 원리를 밝히는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동안 개발한 주요 장비는.

 “맥·혀·얼굴·목소리·피부 상태로 환자의 상태를 가늠하는 각각의 진단기를 개발했다. 사상체질 진단기는 이것들을 하나로 통합한 장비다. 교육과학기술부 미래기술과의 지원을 받아 개발했다. 설문 내용, 얼굴 사진, 신체 사이즈, 목소리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체질을 즉시 진단한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일정한 공간이 필요하다. 최근 의자에 앉아서 편안하게 체질을 진단할 수 있는 통합 체질 건강진단·자극 시스템을 개발했다. 체질을 진단한 후 건강에 문제가 있는 부위는 침과 뜸을 모방해 의자에 설치한 레이저·고주파기로 자극해 증상을 개선한다. 약 3년 뒤 상용화해 한방의료기관·보건소·실버타운 등에 보급할 예정이다.”

 -태음인은 왜 만성병에 잘 걸리나.

 “태음인은 식성이 좋아 과체중이 많다. 게다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저장한다. 또 선천적으로 폐와 심장이 좋지 않다. 이런 두 가지 이유가 겹쳐서 비만·당뇨병·고혈압·뇌졸중 같은 만성질환 위험이 높다. 몸에 영양분을 축적하는 태음인은 건강을 위해 많이 움직여 노폐물을 배출해야 한다. 땀을 흠뻑 흘리는 운동이 필요하다. 일명 땀복을 입는 것도 좋다. 태음인에겐 쇠고기·콩류처럼 단백질이 많은 음식이 좋다. 태음인은 어떤 음식이든 잘 먹는데 조개·메밀은 탈이 날 수 있다.”

 -소음인은 찬 것을 피해야 한다는데.

 “소음인은 몸이 차고 소화기관의 기능이 떨어진다. 그 때문에 몸에 열을 내는 음식이 좋다. 닭·홍삼·꿀·흑염소가 적당하다. 마늘·파·양파·쑥갓·깻잎도 몸을 따뜻하게 한다. 생선은 몸이 길어 꿈틀거리며 에너지를 많이 쓰는 갈치·꽁치가 추천된다. 복어나 가자미처럼 동그란 생선은 열이 많은 소양인 음식이다. 그래서 복어 독 중독은 소음인에게서 많다. 술을 마시려면 따뜻한 기운의 소주와 막걸리가 적당하다. 찬 기운의 맥주·수박·보리밥은 피한다. 돼지고기·오리고기는 탈이 날 수 있다. 운동은 팔을 많이 움직여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탁구·테니스·수영이 좋다. 관절을 충분히 움직이는 요가도 추천한다. 땀이 많이 나는 것은 좋지 않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건 피한다.”

 -열이 많은 소양인의 건강관리법은.

 “소양인은 상체가 발달하고 하체가 약하다. 그 때문에 소음인 여성은 상대적으로 임신 후 유산 위험이 높고, 출산 후유증이 크다. 복분자·산수유·구기자는 하체가 약한 소양인에게 세 가지 보약으로 통한다. 여성의 자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운동은 걷기·달리기 같은 하체 운동이 적당하다. 단전호흡으로 숨을 깊게 들이쉬어 기를 하체까지 순환시킨다. 소양인은 차가운 성질의 수박·배·보리 같은 음식이 추천된다.”

 -태양인이 지켜야 할 생활습관은.

 “태양인은 수가 적어 연구 내용이 많지 않다. 기운이 위로 상승하는 체질이다. 그 때문에 얼큰하고 매운 자극성 음식은 피한다. 스트레스에 민감해 각종 신경성 질병과 근육질환이 발생한다. 맛이 담백하고 쉽게 소화·흡수되는 해물류·해조류를 먹어 기운을 떨어뜨리는 게 좋다. 메밀·머루·포도도 태양인에게 추천된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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