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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로 재미 9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l953년 여름 어느 날 저녁 때. 지금은 찌그러진「뉴요크」의「브루클린·이글」지의 소년 배달부가 수금차 「브루클린·포스터」가의 어느 「아파트」의 방문을 「노크」했다. 한부인이 나타나 1불짜리 지폐를 내어놓았다. 소년은 잔돈이 없어서 건너집 부인에게 가서 1불짜리를「니켄」화로 바꿔 거스름돈을 치르고 5「센트」짜리「니켈」몇개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아파트」를 나왔다. 소년은 그중 하나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다른 것 보다 가벼운 것을 느꼈다. 그래서 땅에 떨어뜨려 보았더니 둘로 쪼개지고, 그 안에서 조그마한 사진이 나왔다. 무슨 숫자가 가뜩 적힌 것이었다.
이「니켈」화를 입수한 FBI는 이는 무슨「스파이」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단정했다.
FBI는 하나의 5「센트」화를 놓고 몇 달이고 몇년이고 해독노력을 계속했다. 그로부터 4년의 세월이 흘렀다. 57년5월의 어느 날 CIA(미중앙정보국) 공작원「존」이「파리」에서 「유진·니콜라이·마키」라는「핀란드」인 친구를 만났다.
같이 술을 마시던 「마키」는 갑자기 말했다.『「존」, 사실은 난 소련정보기관에 있는데, 이번에 임무를 마치고 「모스크바」로 가게 되었어. 아내도 미국에 있고 해서 소련으로 돌아가기가 싫어졌는데 누구 적당한 사람에게 소개해 줄 수 없을까?』「마킨」의 본명은 「라이노·하이넨」으로, 「핀란드」인이 아니고「레닌그라드」근처에서 출생한 37세의「러시아」인이었다. 어느 자동차 판매점에 근무하면서 미국에서 5년 간 소련의「스파이」로 활동했다. 그때까지의 그의「보스」는 「마크」라는 자였다.
「하이넨」은 「마크」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는 몰랐으나 48년께「캐나다」국경으로 밀임국한 소련첩보기관 대령인 것만 알고 있었다. 「마크」는 50세 가량, 키는 1백80「센티」 , 연한 회색머리의 보통정도의 살이 찐 사나이였다.
「하이넨」은 「마크」가 탁월한 사진기사로, 언젠가 한번「브루클린」의「풀튼」가 근처 어느「빌딩」의 방에 같이간 사실도 상기했다. FBI의 수사결과「풀튼」가 225번지에「에밀·R·골드프스」라는 사진사가 살고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잠복근무하던 FBI가 외출하는 「골드프스」를 촬영한 사진을 보고 「하이넨」은 「마크」임을 확인했다.
마침내 57년6월21일 상오7시.
「뉴요크」「맨해턴」구에 있는 허름한 삼류「호텔·레이섬」839호실 문을 3명의 억센FBI의 G「맨」이「노크」했다. 『누구신지요? 조금기다리세요.』낮은 목소리가 안에서 답했다. G「맨」문은 들어섰다. 마르고 혈색나쁜 중노의 신사가 이제 막 침대서 일어난 반나체에서 급히 바지를 입고 일어섰다.
G「맨」 한사람이 『대령 당신은 「골드프스」란 이름으로「브루클린」에 사진「스튜디오」를 빌려있지요』하니 그는 안색하나 변치 않고 시인했다.
이리하여 CIA의「덜리스」전 장관이 『그 친구야말로 전미 최고의 소련「스파이」의 거물이며, 나도 그 친구같은 사람을 소련에 두 사람쯤 두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경탄했고, 그가 바로 소련국가보안국(KGB)첩보국「루돌프·이봐노비치·아벨」대령이었으며 마침내 FBI에 체포된 것이다.
그는 재미 9년간「뉴요크」에서 예술가를 가장, 검소하고 고요히, 그러면서도「스파이」 답게 주의깊게, 모든 연락사항을「탁이프」로 찍은 쪽지를 콩알만한「필름」으로 축사, 「카프스·버튼」미5「센트」화의 안에 숨겨 본국으로 보내곤 했다.
60년3월28일 「아벨」은 금고 30년형으로 확정되었으나 한달 후인 5월1일 돌연 U2기사건이 발생, 62년2월 10년형을 복역 중이던 U2기 조종사「파워즈」와 교환 석방되었던 것이다.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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