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촌할매의 여든 자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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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남 해남의 땅끝 마을에 사는 본촌 할매(83)는 8남매를 낳아 길렀다. 할매네는 소문난 잉꼬부부였다. 그는 먼저 하늘나라로 간 남편이 지은 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 그런데 1년 전 할매의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큰아들 내외가 할매네로 귀농한 것이다.

 농사 신입생이자, 시골살이 초보인 큰아들 내외에게 가르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환갑이 넘은 아들이지만 물가에 내놓은 아이 마냥 못 미덥다. 도시 살림만 했던 며느리는 오죽하겠는가. KBS1 ‘세상사는 이야기’에서는 본촌할매의 야무진 시집살이를 담아냈다. 12일 밤 11시 40분 방송.

 그런데 살아보니 시집살이는 아들·며느리만 하는 게 아니다. 본촌할매도 이들과 마음 맞춰 살자니 때아닌 시집살이를 하게 됐다. 장남의 살림까지 합치니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마다 본촌할매네는 분주하다. 아들·손자까지 더하면 그의 자손은 여든 명이 넘는다. 할매네의 아기자기한 일상을 통해 여러 세대가 더불어 사는 지혜를 엿본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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