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쏘는 시사에서 달콤한 멜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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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되 어설프지 않았고 재미있되 부박하지 않았던 '한겨레 그림판'의 박재동 화백(49) 이 작품집 『목 긴 사나이』(글논그림밭) 를 펴냈다.

박화백은 1989년 『환상의 콤비』를 필두로 지난해 『정치야 맛좀 볼텨』까지 여러 권의 작품집을 냈지만 이번 책은 시사만화 외에도 '작가 박재동'의 면모를 강조했다는 점이 또다르다.

그 하나는 MBC-TV에서 방영했던 시사 애니메이션 '정치야 맛좀 볼텨'다. 그는 TV라는 매체가 갖는 영향력을 의식해 풍자의 수위를 놓고 몹시 고심했다고 토로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코피가 터지는 장면에서 과연 대통령의 코피를 터뜨려도 되느냐, 그렇다면 쌍코피냐 외코피냐를 두고 고민했던 '여의강호'(국세청 정치자금 모금 사건) , 소가 돼서라도 고향에 가고 싶은 실향민의 꿈을 소가죽을 쑨 사람으로 묘사한 '그 소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정주영 회장 방북) 등이 실렸다.

현재 그가 장선우 감독과 공동제작 중인 극장용 애니메이션 '바리공주'의 무대가 되는 실크로드를 답사한 뒤 만든 '샤위나'도 실렸다.'샤위나'는 파키스탄 북부를 무대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여인 샤위나와 한국인 여행객 청년의 꿈같은 사랑 이야기다. 목판화의 느낌이 묻어나는 세밀한 선이 갈색 톤으로 부드럽게 처리된 단편이다.

『목 긴 사나이』에는 이밖에도 '한겨레 그림판' 이후 8년간 작업한 시사만화가 실려 있다. 95년 출간됐던 것에 새 원고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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