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PB 서비스’ 경쟁 치열

중앙일보

입력

증권가에 PB(Private Banking: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PB서비스란 자산이 일정규모 이상이 되는 고객에게 전담요원을 통해 자산운용에 대한 총괄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을 말한다. 즉, 고객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고 리스크가 감소되도록 주식·채권·선물등 다양한 상품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조언과 관리를 해준다.

증권사는 원래 위탁매매 수수료등 브로커리지 수입의 의존도가 높다. 그런 증권사가 PB서비스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나름 사정이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금융위기 등에 대한 우려로 국내 증시가 침체되면서 증권업계는 유례없는 불황을 겪었다. 증권사들의 매출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수준으로 급감했고 계속되는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은 주식시장을 떠났다. 증권사들은 꽁 얼어붙은 업황을 뚫고 나갈 돌파구를 찾지 못해 허덕였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증시 상황이 녹록치 않게 전개될 것이라는 게 증권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증권사들은 PB서비스를 새로운 수익모델로 삼아 위기극복에 나서게 된 것이다.

요즘들어선 종전의 수익추구차원을 넘어 부의 관리를 담당하는 영역으로 PB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감동을 주거나 브랜드 체험을 하게 해 로열티를 높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고객 개인별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는 관리형 PB의 등장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관리형 PB는 그간 높은 수익을 내세운 특정 상품판매에 집중하는 운영형 PB와 달리 자산관리의 원칙을 지키고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고객의 재무목표 달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한화투자증권이 얼마전 선을 보인 ‘ELISOR(엘리저)’가 관리형 PB서비스의 하나다.

ELISOR는 ‘Elite(엘리트)’와 ‘Advisor(어드바이저)’를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금융회사 및 PB가 추천하고 고객이 결정하게 하는 전문적인 투자상담 중심의 서비스다. 고객이 자산을 맡기면 금융회사나 PB가 모든 결정을 다 하는 일임형 관리가 아닌 최적의 투자제안과 자문, 사후관리 조언을 통해 고객이 최선의 결정을 내리도록 지원하는 이른바 ‘적극적 자문(Active advisory)’방식이다. ELISOR는 고객의 재정진단·투자제안·리밸런싱 등 자산관리 전체 프로세스를 지원하기 위한 ‘ELISOR 자산배분 위원회’를 운영하며, 여기서 만들어진 ‘PB 모델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따라서 1명의 PB를 만나도 한화투자증권 전문가 모두를 만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와 함께 ELISOR는 고객의 투자성향 및 재무목표에 따라 다른 금융기관 자산까지 감안한 자산배분과 투자대상을 제안하기도 한다. 한번 권유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권유한 상품의 교체와 신규 투자제안을 통해 고객이 기대하는 재무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ELISOR 서비스 대상을 최상위 부유층뿐만 아니라 전체 보유 금융자산 2억5000만원 이상이거나 거래금액 1억 이상인 고객으로 확대해 중산층이상의 자산보유자들에게 변화된 세제 및 금융환경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PB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 PB전략팀 박미경 상무는 “최근 소비자가 금융전문가의 조언에 의존 하면서도 투자 결정은 스스로 하는 양면적 성향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고객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본사 전문가 집단과 PB가 함께 추천하고 고객이 최종 결정하는 관리형 PB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해부터 ‘대한민국 모두를 위한 자산관리’와 ‘고객 약속’을 천명하고, 직원들의 PB역량 강화를 위한 HPS(Hanwha Private banking Sales process) 프로그램과 자산관리 시스템인‘Magic Cube’를 운영해왔다. 올 1월부터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찾아가는 Mobile 자산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ELISOR 출시는 이같은 자산관리 체계의 완성인 셈이다.

<서명수 기자 seoms@joongang.co.kr 그래픽="심수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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