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공적자금] 충격적인 낭비 백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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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실을 몰고온 기업주들과 일부 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겐 공적자금이 '공돈'이나 다름없었다.

이들은 방만한 경영으로 기업을 빚더미에 올려놓고도 부동산.주식을 보유하거나 은닉했다. 일부는 거액을 해외로 빼돌렸고, 호화판 생활을 누렸다.

◇ 재산 보유.은닉=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간 부실기업주 2천7백32명은 감독소홀로 5조6천억원대의 부동산.고급승용차.골프회원권.주식 등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 또 6백91명은 모두 4천1백43억원의 재산을 배우자.자녀 등에게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들도 재산을 은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금융감독원이 S보증보험에 대해 부실책임 규명 검사를 하면서 1천4백96억원의 손실을 초래한 A전 대표 등 임원 4명에 대해 손실보존조치를 요구했지만, 이중 A씨 등 2명은 모두 7억1천7백여만원의 부동산을 배우자 등의 명의로 이전했다.

부실은행 임직원 1천3백36명이 보유한 부동산 및 주식.골프회원권 규모는 5천2백73억원대였다. K은행 등 28개 부실 금융기관 정리를 위해 설립된 파산재단은 골프회원권 76계좌(취득가 1백7억원)조차 팔지 않고 파산관재인 등이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 부실기업주의 외화도피=감사원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에 50억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재산 해외도피 여부를 감사해 적발했다.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4개 부실기업의 대주주 8명이 빼돌린 돈은 약 4억달러(5천억원)에 달했다.

특히 서울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에 1조4천2백여억원의 부실을 안겨준 J사는 중국의 현지법인에 무선전화기.컨테이너 등을 수출하고도 2억1천6백91만달러(약 2천6백3억원)를 국내로 회수하지 않았다.

M사는 미국에 있는 현지법인에 수출대금을 회수하지 않거나 수출입 거래를 위장해 1억1천만달러(1천3백20억원)를 유출했으며, S사는 해외현지법인을 청산하고도 잔여재산인 미화 1천만달러(1백20억여원)를 국내로 회수하지 않았다.

◇ 카지노.골프장에서 거액 탕진=금융기관에 50억원 이상의 빚을 진 부실기업주 16명은 1998년부터 지난 7월까지 3백19회에 걸쳐 해외여행을 하면서 골프.도박.보석구입 등에 5억7천만원의 외화를 사용했다.

이들 중 7명은 카지노에서 3천4백여만원을 탕진했고, 13명은 보석.고급옷을 사는데만 6천7백여만원(1인당 평균 5백여만원)을 소비했다.

이들은 국내에서도 98년부터 지난 7월까지 모두 8천여회에 걸쳐 백화점에서 20억3천6백여만원어치의 물품을 신용카드로 구입했다.2년6개월간 1인당 1억원 이상 백화점에서 물건을 산 것이다.

◇ 횡령도 다반사=자산관리공사 직원 등이 법원의 부실채권 경락배당금 등 26억원을 횡령해 고발됐다. 보험사.종금사 등 부실금융기관 임직원이 회사공금 67억원을 횡령,적발됐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C은행 등 12개 부실 금융기관은 임직원에게 5천2백억원을 무이자 또는 저리(1%)로 대출하고 S은행 등 10개 기관은 98년에 비해 2000년 임원보수를 82%나 인상해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강민석 기자 ms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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