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2심 앞둔 한화, 영향 있을까 곤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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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1일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재계는 경악했다. “다른 회사 일”이라며 모두 말은 아꼈지만 걱정스러운 분위기는 숨기기 어려웠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제 ‘기업 총수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관례였던 시대는 가고 ‘4년 실형’이 양형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SK 최 회장뿐 아니라 지난해 8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데 따른 분석이다.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한화다. 한화그룹 김 회장은 호흡곤란 증세 등으로 인해 일시 구속정지돼 현재 서울대 병원 등에서 치료 중이다. 2심 재판은 4일과 18일에 있다. 18일 재판에는 회장이 직접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화는 SK와 직접 비교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화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은 사익이 아니라 그룹을 위해서 한 일 때문에 재판 중”이라며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에게는 위장 계열사의 빚을 한화그룹 계열사가 대신 갚은 혐의 등이 적용됐다. 그는 또 “지금 당장은 회장의 건강 상태가 호전되지 않고 있는 점이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총대를 메고 목소리를 낸 곳은 경제단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감”이라고 입장을 내놓았다. 전경련 측은 “그동안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기업 활성화 등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최근 사회 일부에서 일어나는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경제계는 앞으로 투명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며 “기업 활동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후 선처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뀐 기업 환경은 재판만이 아니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기업 정책은 현 정부보다 훨씬 강경하다. 시민단체 등에서 중소기업 일자리 뺏기, 단가 후려치기 등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기업이 특히 긴장하고 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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