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이야기] "나 누구누군데…" 증권사 취업청탁 극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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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서 제 체면을 생각해 잘 배려해주시리라 믿습니다."(정부 모 부처의 국장)

"제가 K전무님 20년 고객인 것 아시죠. 옛 정을 생각해서라도 우리 조카 좀 잘 부탁합니다."(50대 주부)

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사 임직원들은 인사청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에다 증시가 회복되면서 증권사에 취업을 부탁하는 전화가 연일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중에 20여명의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인 A증권사에는 청탁 전화가 무려 2백통이 넘게 걸려왔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현재 신입사원을 모집중인 대다수 증권사도 마찬가지.

이번 주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는 B증권사의 한 임원은 "내가 거기에 맡긴 돈만 30억원이 넘는데 000를 낙방시키면 돈을 다 빼버릴 것"이라는 '협박성 청탁'까지 받았다.

키움닷컴증권의 한 관계자는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는데도 '어떻게든 채용해달라'고 막무가내로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열린 증권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인사 청탁 때문에 전화 받기가 겁난다"는 말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김현기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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