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침묵하더니 … 감사원의 꼼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 감사원 4대 강 감사 반박 4대 강 사업의 주요 시설이 부실하고 수질관리가 잘못됐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오른쪽)과 유영숙 환경부 장관이 18일 합동브리핑을 열고 직접 반박에 나섰다. [뉴스1]

‘4대 강이 과거보다 홍수에 더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2011년 1월 27일)

 ‘16개 보 가운데 11개 보의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 ’(2013년 1월 17일)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사업이던 22조원 규모 4대 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2년 새 이렇게 달라졌다. 이 대통령 임기 4년차 땐 4대 강이 과거보다 더 안전해졌다는 데 방점을 찍었지만 이 대통령 퇴임 한 달을 남겨놓고는 ‘총체적 부실’이라고 결론 냈다. 이뿐 아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강 입찰담합을 제재한다고 했을 때는 침묵하다 갑자기 4대 강 사업 입찰 비리를 캐겠다고 나섰다.

 감사원이 17일 발표한 4대 강 사업 감사 결과를 놓고 ‘정치 감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4대 강 사업은 보 완공 이전부터 안전성과 수질 문제, 입찰 비리 의혹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런 의혹이 제기될 때는 늑장 감사를 벌여 여론의 질타를 받다가 임기 말이 되자 부실공사였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관동대 박창근(토목공학) 교수는 “22조원이 들어가는 4대 강 사업은 공사 기간 대비 비용으로 볼 때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공사”라며 “초기부터 감사를 하면서 잘못된 것을 잡아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2010년 1월에야 첫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결과는 실지감사를 끝낸 지 11개월이 지난 2011년 1월 말에 내놨다. 예산 투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을 막겠다며 시작한 감사였지만 ‘면죄부’ 감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국토해양부에서 제시한 이견을 검증한다는 이유로 내용 발표 시기까지 미뤘다. 이번 감사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감사원은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실지감사를 벌였다. 그러곤 4개월여가 지나서야 결과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 퇴임을 한 달 남겨놓은 미묘한 시기에 감사원이 4대 강 사업 감사 결과를 전격 발표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시기적으로 볼 때 너무 정치적”(박창근 교수)이라거나 “감사를 해놓고 발표 시기를 저울질했다는 것 에 대해 비판 받아 마땅하다”(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도 마땅찮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유감 논평을 낸 데 이어 민주통합당도 “감사원이 박근혜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절묘하게 타이밍을 잡았다”(정성호 대변인)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2011년 1월 감사는 서류 위주로 감사했기 때문에 이후 감사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2차 감사 결과를 늑장 공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방대한 분량의 감사 내용을 신속하게 정리해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의 정치 감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10월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당 수령 사태에 대한 부실 감사 논란이 일자 당시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헌법을 고쳐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두는 것은 필수”라고 주장했었다.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인 현행법 체계로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완전한 독립기관으로 두거나 국회 산하에 둬야 한다는 논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