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강한 의지 … 경제사령탑 부총리 막판 부활 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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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부총리제가 되살아난다. 인수위가 ‘부총리제 부활이냐 아니냐’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다 결국 부총리 부활로 결론을 냈다. “국내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부흥을 이끌기 위해 경제부총리제를 신설해 경제문제를 적극 해결할 것”(김용준 인수위원장)이란 게 공식 설명이다. 부총리로 격상될 기획재정부 장관을 경제 사령탑으로 삼아 경제정책 전반을 컨트롤하게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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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위에선 ‘부총리제 무용론’이 적잖았다. 역대 정부에서 필요에 따라 경제부총리나 교육부총리, 통일부총리 등을 뒀지만 ‘부총리로서의 실질적 역할을 했느냐’ 하는 문제의식이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15일 “부총리제가 옛 제도의 부활이자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이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았다”며 “여러 고민 끝에 결국 ‘경제는 살려야 한다’는 점이 더 부각되면서 경제부총리제 부활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다만 경제부총리제 부활과 맞물려 복지정책 컨트롤 타워로 논의되던 사회부총리제는 두지 않기로 했다. 그 역할은 사회보장위원회가 맡을 전망이다.

 경제부총리로 하여금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한 것은 복지나 일자리 창출, 가계부채 등 우리 사회의 현안들이 단일 부처의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재정부 장관이 그 역할을 해오긴 했다. 그러나 부총리라는 타이틀이 있는 재정부 장관과 그냥 장관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부처 차관은 “박재완(58) 재정부 장관, 홍석우(60) 지식경제부 장관, 김석동(60) 금융위원장이 모두 행시 23회다. 현실적으로 박 장관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고 행정경험이 풍부한 두 장관을 이끌고 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경제부총리가 부활하면 재정부의 총괄·조정 기능에 확실한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 들어 재정부는 예산 기능을 갖게 되면서 ‘파워 부처’로 거듭났지만 다른 부처가 세게 버티면 조정에 한계를 보이곤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재정부와 금융위가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았다. 영리의료법인 도입도 좋은 사례다. 2009년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를 내걸고 의욕적으로 추진한 이 정책은 번번이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얽혀 있는 가계부채 문제 대책도 각 부처의 입장이 조금씩 엇갈리면서 타이밍을 놓치곤 했다. ‘기획재정부총리’는 세제와 예산의 고유 기능에 각 경제 부처 간의 권위 있는 조정자 역할이 더해지면서 역대 어느 경제 사령탑보다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경제부총리를 둠으로써 경제정책의 권한과 책임이 명확해진다는 주장도 막판 경제부총리 부활의 논리적 배경이 됐다. 대통령이 경제 상황 관리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부총리제를 폐지한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면서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나섰고, 결국 경제위기 관리는 고스란히 대통령의 몫이 됐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 부총리로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강봉균 전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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